
KLA(KLAC)는 웨이퍼 위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변화’를 찾아내고, 그 변화가 불량으로 번지기 전에 붙잡아두는 검사·계측 특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장비 회사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공정의 흔들림을 숫자와 이미지로 번역해 공장을 안정시키는 ‘품질 언어’를 파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메트롤로지(정밀 계측), 결함 검사, 수율 관리라는 세 축을 이해하면 KLA가 왜 간접 투자 관점에서 자주 거론되는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다만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기술과 사업 구조를 읽는 기초 지도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메트롤로지: ‘측정’이 아니라 ‘흔들림을 잠재우는 기술’
메트롤로지는 단순히 “치수를 재는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선폭(CD), 막 두께, 패턴의 높낮이, 층과 층 사이 정렬(오버레이) 같은 값들이 동시에 관리되는데, 이 수치들이 조금만 떠도 뒤 공정에서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곤 합니다. 그래서 메트롤로지는 공정 엔지니어에게 일종의 심전도 같은 존재입니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지 보려면 맥박을 ‘계속’ 봐야 하듯이, 팹도 공정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 반복 측정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로 레시피를 조정합니다. 특히 선단 공정으로 갈수록 ‘허용 오차’가 좁아지기 때문에, 측정의 정밀도뿐 아니라 측정의 일관성과 재현성이 더 중요해집니다. 오늘은 1nm, 내일은 2nm처럼 흔들리면 데이터가 오히려 공정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KLA가 이 영역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는, 측정을 장비 한 대의 성능으로만 정의하지 않고 “공정이 스스로 안정되게 만드는 루틴”까지 설계하려는 방향성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특정 층에서 막 두께가 천천히 두꺼워지는 드리프트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눈으로는 티가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설 전류나 접촉 불량 같은 형태로 터질 수 있습니다. 이때 메트롤로지 장비가 ‘변화의 기울기’를 일찍 포착해 주면, 공장은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원인을 좁혀 조치할 여지를 얻습니다. 측정은 결과 확인이 아니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과정인 셈이지요. 제가 예전에 공정 데이터 해설이 포함된 기술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발표자가 “수율이 무너진 뒤에 원인을 찾으면 이미 늦다”라고 하면서, 오버레이 값이 미세하게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을 그래프로 보여주더군요. 흥미로운 건, 불량률이 급증한 날짜보다 훨씬 앞서 ‘작은 이상 신호’가 이미 찍혀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그래프를 보면서 저는 ‘측정 장비는 정답지를 주는 게 아니라, 조용히 경고등을 켜주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KLA의 메트롤로지는 바로 그 경고등을 더 빨리, 더 믿을 만하게 켜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결함 검사: 찾는 기술을 넘어 ‘의미를 분류하는 기술’
결함 검사는 말 그대로 웨이퍼에 생긴 이상 흔적을 찾아내는 일인데, 요즘 공정에서는 “찾았다”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함이 너무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파티클처럼 전통적인 결함도 여전하지만, 미세 패턴에서는 확률적으로 생기는 불균일(일명 확률 결함)이나 재료 특성 변화처럼, 사진 한 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흔적도 늘었습니다. 게다가 3차원 구조가 보편화되면서 결함이 표면에만 머물지 않고 깊이 방향으로 숨어드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바뀝니다. “결함이 있나요?”가 아니라 “이 결함이 실제로 수율을 갉아먹나요, 아니면 무시해도 되나요?”로요. 이 지점에서 KLA의 결함 검사는 ‘발견(Detection)’과 ‘판독(Interpretation)’을 함께 다루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대량 스캔에 적합한 방식과 미세 영역을 더 세밀히 들여다보는 방식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 쌓이는 방대한 이미지·좌표 데이터를 분류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결함을 1,000개 찾는 것보다, 그중 “지금 당장 잡아야 하는 10개”를 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들 합니다. 불량의 씨앗은 늘 바쁜 시간에 나타나고, 공정은 멈추면 손실이 커지니, 결함 정보는 빠르게 요약돼야 합니다. 그래서 장비 성능 못지않게 결함을 묶고, 이름을 붙이고, 원인 후보를 좁히는 워크플로우가 경쟁력이 됩니다. 예전에 카메라 렌즈를 바꾼 뒤 사진에 작은 검은 점이 계속 찍혀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먼지인가 싶어 닦아도 사라지지 않았고, 조리개를 조일수록 점이 더 선명해지더군요. 결국 센서에 붙은 미세 오염이었는데, 문제는 “점이 있다”는 사실보다 “어떤 조건에서 더 치명적으로 드러나는지”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웨이퍼 결함도 비슷합니다. 결함이 ‘보이는 것’과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를 빨리 구분할수록 손실은 줄어듭니다. KLA의 결함 검사 역량을 볼 때는 해상도나 처리량뿐 아니라, 결함을 의미 있는 신호로 바꿔주는 분류와 분석 체계까지 함께 떠올리시면 이해가 훨씬 쉬워집니다.
수율: 장비 한 대의 힘이 아니라 ‘데이터의 연결’에서 결정된다
수율은 공장의 자존심이면서 동시에 가장 냉정한 성적표입니다. 같은 설비로 생산해도, 수율이 조금만 달라지면 원가와 납기, 고객 신뢰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그런데 수율은 한 가지 원인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때는 특정 공정 장비의 컨디션이 살짝 바뀌었고, 어떤 때는 소재 배치가 달랐고, 또 어떤 때는 특정 레시피가 특정 패턴에서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즉, 수율 문제는 ‘사건’이라기보다 ‘연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수율 관리의 핵심은 결함 검사와 메트롤로지에서 나온 신호들을 서로 연결해, 원인을 좁혀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KLA가 수율 영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검사·계측을 단품 장비로만 두지 않고, 공정 전반의 데이터가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돕는 역할을 강화해 왔다는 점에 있습니다. 공장에서 진짜 무서운 건 큰 고장이 아니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부터 특정 라인에서만 결함 패턴이 조금씩 증가한다면, 엔지니어는 “어느 장비, 어느 시간대, 어떤 배치에서 시작됐는지”를 추적해야 합니다. 이때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추적은 길어지고, 그 사이 생산은 계속되니 피해는 커집니다. 반대로 데이터가 잘 엮여 있으면, 이상 징후를 빠르게 탐지하고(익스 커 전 감지), 영향 범위를 줄이며, 재발 방지까지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KLA가 파는 것은 장비의 금속 덩어리만이 아니라, 수율을 지키는 ‘의사결정의 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주변 제조업 현장 경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공정 관리가 중요한 라인에서 품질 지표가 갑자기 흔들린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불량률 자체보다 “왜 흔들리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시간대별·설비별 로그와 측정값을 한 화면에서 겹쳐볼 수 있는 단순한 대시보드였습니다. 한 줄의 그래프가 원인을 확정하진 않지만, 의심 구간을 빠르게 좁혀줬고, 그게 곧 손실을 줄여줬습니다. 반도체 팹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율은 결국 데이터가 연결될 때 올라가고, 그 연결을 설계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힘을 갖기 쉽습니다. KLA의 수율 관련 역량은 이 ‘연결의 가치’를 얼마나 잘 체계화했는지에서 평가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KLA를 이해할 때는 “검사 장비를 잘 만든다”에서 한 발 더 들어가, 메트롤로지로 공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잡고, 결함 검사로 신호와 잡음을 가르며, 수율 관리로 데이터 흐름을 묶어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간접 투자 관점에서는 선단 공정 확대, 고성능 칩과 첨단 패키징의 확산이 이런 역량의 필요성을 키우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KLAC의 실적 발표 자료에서 장비 매출과 서비스·소프트웨어 비중, 고객 산업의 투자 방향, 공정 전환 이벤트를 함께 체크해 보세요. 기술은 어렵지만, 흐름을 읽는 눈은 생각보다 차근차근 길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