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6년 1월 10일 기준으로, 크래프트 하인즈(The Kraft Heinz Company, KHC)를 “전통 소비재 기업이 어떻게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분석 글입니다. 특히 부채가 의사결정에 어떤 제동을 거는지, 브랜드가 ‘유명함’에서 ‘수익 구조’로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그리고 케첩소스 같은 상징 카테고리가 왜 턴어라운드의 엔진이 되는지를 한 흐름으로 묶어 드리겠습니다. 대상 독자는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KHC 같은 소비재 기업을 투자 관점에서 읽고 싶은 분, 다른 하나는 마케팅·브랜딩 관점에서 “오래된 강자가 다시 이기는 방식”을 배우고 싶은 분입니다. 숫자 하나에 매달리기보다, 방향과 실행의 언어로 풀어드릴게요.
부채: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아야 달릴 수 있습니다
소비재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이야기할 때, 부채는 자주 “재무팀의 숙제” 정도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채가 경영 전반의 공기를 바꿉니다. 마치 등에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언덕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지요. 숨이 차면 속도는 자동으로 줄고, 주변 풍경을 볼 여유도 사라집니다. KHC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채가 큰 기업은 금리 환경이 조금만 흔들려도 이자 비용이 체감으로 다가오고, 등급·차환·만기 일정이 한꺼번에 ‘시간표’처럼 경영진 앞에 놓입니다. 그래서 턴어라운드의 출발점은 화려한 신사업이 아니라, 먼저 “버틸 수 있는 리듬”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를 갚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제약을 줄이느냐’입니다. 첫째, 만기 분산과 유동성 버퍼를 확보해 급한 차환 압박을 낮추어야 합니다. 둘째, 현금의 흐름을 가로막는 구멍을 막아야 합니다. 예컨대 판촉비가 매출을 키우긴 하는데, 실은 마진을 갉아먹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포트폴리오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모든 브랜드를 동시에 살리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못 살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에 저는 개인적으로 식료품을 대량 구매해 소규모 행사에 납품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용카드 한도를 ‘운영자금’처럼 썼습니다. 매출이 나오니 잘 굴러가는 듯했지만, 결제일이 가까워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더군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사는 기회가 와도, 카드 대금이 먼저 떠올라 손이 묶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부채는 비용이기도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자유를 줄이는 장치’라는 점입니다. KHC의 턴어라운드도 결국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부채를 관리 가능한 크기로 낮추고,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다는 소비재의 장점을 다시 살릴 때, 브랜드 투자도 비로소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바뀝니다.
브랜드: 유명한 이름을 다시 ‘선택받는 이유’로 바꾸는 작업
전통 소비재 기업의 브랜드는 흔히 오래된 간판 같습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요. 그런데 간판이 크다고 손님이 자동으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2026년의 소비자는 더 냉정합니다. 장바구니 앞에서 “이거, 왜 이 가격이지?”를 묻고, 대체재를 한 번쯤은 비교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은 감성만으로 버티기보다, ‘선택받는 이유’를 촘촘히 설계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KHC에게 브랜드는 자산이지만, 동시에 재정비가 필요한 구조물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브랜드 포지션을 선명하게 만들고, 메시지를 단순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판촉·할인에 의존하는 습관에서 조금씩 빠져나와야 합니다. 할인은 단기 매출을 만들지만, 브랜드의 기준 가격을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셋째, 채널별로 ‘같은 브랜드, 다른 설득’을 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대에서는 눈에 띄는 한 문장이 필요하고, 온라인에서는 검색·리뷰·레시피 같은 정보가 구매를 밀어줍니다. 푸드서비스에서는 안정 공급과 표준화가 신뢰를 만듭니다. 결국 브랜드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일관되게 설득하는 ‘말투’에 가깝습니다. 제가 집에서 선물로 소스류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케첩이라도, 어떤 제품은 “그냥 익숙한 맛”으로 끝나고, 어떤 제품은 패키지의 질감과 뚜껑의 사용감, 짧은 문구 하나 때문에 “아, 이건 제대로 만들었네”라는 인상을 줍니다. 저는 그럴 때면 가격표를 다시 봅니다. 생각보다 비싸도, 납득이 되면 구매가 됩니다. 반대로 납득이 안 되면, 더 유명한 이름이어도 손이 멈춥니다. 이 작은 경험이 브랜드 전략의 본질과 닮아 있습니다. KHC의 브랜드 턴어라운드는 “인지도”를 자랑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되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차이를 제품 경험과 언어로 쌓아야 합니다. 그 차이가 쌓일수록, 가격을 지키는 힘이 생기고, 그 힘이 다시 현금을 만들며, 결국 부채 부담을 덜어내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케첩소스: 한 병의 ‘기본기’로 확장되는 성장 플랫폼 만들기
케첩소스는 KHC를 상징하는 카테고리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성장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케첩소스는 “자주 쓰는 기본”이면서도,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의 식문화는 더 개인화되고, 더 빠르게 바뀝니다.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를 돌리며 간단히 먹는 날도 있고, 홈파티처럼 근사하게 차리는 날도 있습니다. 이때 케첩소스는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라, 레시피의 방향을 바꾸는 스위치가 됩니다. KHC가 케첩소스를 턴어라운드 엔진으로 쓰려면, 이 카테고리를 ‘한 병짜리 제품’이 아니라 ‘사용 시나리오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실행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첫째, 기본 제품은 접근성과 회전율을 지키고, 동시에 프리미엄·변주 라인으로 마진과 화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가정용과 푸드서비스를 분리해 운영하면서도 경험은 연결해야 합니다. 밖에서 맛본 소스가 집에서도 떠오르면, 그게 반복구매의 씨앗이 됩니다. 셋째,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이 소스로 오늘 뭐 해 먹지?”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는 콘텐츠 말입니다. 레시피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10분 안에 끝나는 조리법이 오히려 더 강력합니다. 제가 어느 날 감자튀김을 집에서 해 먹으려다, 소스가 애매해서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떠오른 건 단순했습니다. “매운맛 케첩이 있으면 딱인데.” 결국 저는 검색을 했고, 후기에서 “치킨 너겟에도 잘 맞는다”는 한 줄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소스는 감자튀김 한 번 쓰고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란말이에도 넣어보고, 볶음밥에도 살짝 섞어봤습니다. 즉, ‘한 번의 구매’가 ‘여러 번의 사용’으로 늘어났고, 그 순간부터 그 제품은 제 냉장고에서 자리를 얻었습니다. 케첩소스가 가진 힘이 바로 이것입니다. KHC가 해야 할 일은 이 사용 확장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케첩소스는 단순히 매출을 지키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브랜드를 재방문하게 만드는 습관이 됩니다. 그리고 습관은 가장 강한 경쟁력입니다.
KHC의 턴어라운드는 결국 “가벼워지고, 선명해지고, 반복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브랜드는 유명함을 넘어 납득 가능한 차이를 설계하며, 케첩소스는 사용 시나리오를 넓혀 재구매를 습관으로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2026년 1월 10일 기준으로 이 세 축이 동시에 맞물릴 때, KHC의 변화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가 됩니다. 투자자든 마케터든, 앞으로의 발표와 제품 움직임을 볼 때 이 프레임으로 체크해 보시면 판단이 훨씬 또렷해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