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 종목으로 헬스케어 방어력을 갖추고 싶다”는 독자를 위해, 애보트 래버러토리스(Abbott Laboratories, ABT)의 사업 구성을 진단·의료기기·소비재라는 세 갈래로 풀어 설명합니다. 2026년 1월 23일 관점에서, 왜 혼합 포트폴리오가 흔들림을 줄이는지, 반대로 어떤 순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지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숫자 몇 개로 결론을 내기보다, “어떤 돈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가”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진단: 조용히 돌아가는 ‘구독형 엔진’
진단 사업을 떠올리면 많은 분들이 먼저 “코로나 때 급성장했던 분야”를 생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방어력의 핵심은 유행병 특수보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남는 ‘구조’에 있습니다. 진단은 장비를 한 번 들여놓으면 끝이 아니라, 그 장비가 돌아가는 동안 시약과 소모품이 계속 필요합니다. 마치 커피머신을 들여놓고 캡슐을 계속 사는 것처럼요. 그래서 진단 매출은 ‘한 방’보다 ‘잔잔한 파도’에 가까운 면이 있고, 이 잔잔함이 불황이나 시장 변동성 속에서 회사 전체의 기복을 완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잔잔함에도 변수가 있습니다. 병원이나 검사기관은 비용을 민감하게 보며, 검사 패널이 바뀌거나 경쟁사의 대체 해결책이 빠르게 확산되면 가격이 눌릴 수 있습니다. 규제 환경도 진단에선 중요한데요, 특정 국가에서 인증 기준이 강화되거나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검사실이 장비를 당장 멈추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반복 매출의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바뀌는 순간이 오지요. 그래서 진단의 방어력은 ‘반복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반복 수요를 지탱하는 신뢰(품질·정확도·납품 안정성)와 전환 비용(이미 익숙해진 워크플로우)이 얼마나 두텁게 쌓여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몇 해 전, 지인 소개로 작은 검진센터를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검사 장비가 비싸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는데, 담당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장비는 한 번 결정하면 웬만해선 안 바꿔요. 직원들이 손에 익는 게 더 중요하고, 검사 결과가 매일 안정적으로 나오는 게 생명이라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진단 사업의 본질이 보였습니다. 고객이 장비를 ‘상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매일의 운영을 지탱하는 ‘업무 시스템’으로 본다는 점 말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진단은 방어력의 기둥이 됩니다. 정리하면, ABT의 진단은 경기보다 ‘운영의 연속성’에 기대어 버팁니다. 검사량이 다소 줄거나 늘어도,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완만한 흐름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완만함이 혼합 포트폴리오 전체에 안정감을 보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의료기기: 임상 가치가 강하면, 가격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의료기기는 진단과는 결이 다릅니다. 진단이 “계속 쓰는 시스템”이라면, 의료기기는 “치료의 결과를 바꾸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환자의 삶의 질이나 생존율, 합병증 발생률 같은 임상 지표에 영향을 주는 제품군은 의료진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여기서 방어력의 씨앗이 자랍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제품을 쓰면 시술 시간이 줄고, 합병증 리스크도 낮아진다” 같은 확신이 쌓일수록, 가격 경쟁이 거세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구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병원은 예산과 인력 사정의 영향을 크게 받고, 보험 수가나 가이드라인 변화가 수요의 방향을 바꿉니다. 더 무서운 건 품질과 안전입니다. 의료기기는 작은 결함이 곧바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리콜이나 경고가 발생하면 비용뿐 아니라 브랜드 자산도 깎입니다. 그러니 방어력을 보려면 “좋은 제품이 있느냐”만 볼 게 아니라, 품질 관리 체계와 사후 대응력이 얼마나 단단한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의료기기는 ‘필수 영역’과 ‘선택 영역’의 온도차가 큽니다. 환자가 당장 필요로 하는 치료와 직결된 제품은 경기에 비교적 둔감한 편이지만, 시술 시점이 조정될 수 있는 영역은 병원 운영 상황에 따라 매출이 앞뒤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ABT의 의료기기를 방어력 관점에서 볼 때는, 어느 치료군이 포트폴리오의 중심인지, 그리고 그 치료군이 병원 운영 변수에 얼마나 민감한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가족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닐 일이 있었는데, 진료 대기실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새 장비로 바꾸면 좋긴 한데, 이번 분기는 예산이 빡빡해서요.” 같은 말이 오가더군요. 그때 느꼈습니다. 의료기기 수요는 단순히 “의학적으로 필요하다”에서 끝나지 않고, 병원의 예산·인력·정책이라는 현실의 문을 통과해야 실제 주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요. 그래서 저는 의료기기 사업을 볼 때, 성장성만큼이나 ‘지연될 수 있는가, 대체될 수 있는가’를 같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의료기기의 방어력은 임상 가치, 채택의 관성, 그리고 품질·규제 리스크 관리라는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강해집니다. ABT처럼 여러 축을 가진 회사는, 의료기기에서 변동이 생겨도 진단과 소비재가 받쳐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의료기기에서 큰 이슈가 터지면 전체 심리도 흔들릴 수 있으니 “혼합=무조건 안전”으로 보지는 말아야 합니다.
소비재: 병원 밖에서 벌어지는 매출은 생각보다 큰 완충재입니다
소비재는 ‘헬스케어 회사가 왜 소비재를 하지?’라는 질문을 받기 쉬운 영역입니다. 그런데 방어력이라는 단어로 보면, 소비재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병원 예산이나 시술량 같은 변수는 의료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지만, 소비재는 병원 밖에서 돌아갑니다. 가정, 돌봄 시설, 일상 유통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구매가 일어나지요. 이 말은 곧, 의료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를 하더라도 회사 전체 매출이 동시에 꺼질 확률을 낮춰준다는 뜻입니다. 또 소비재는 ‘브랜드’와 ‘유통’이 강하면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다만 소비재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비슷한 제품이 많고, 할인과 판촉이 잦으며, 원재료·물류비 같은 비용 변동이 이익률을 흔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비재의 방어력은 “팔리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팔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격을 올릴 때 수요가 얼마나 버텨주는지, 특정 유통사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신흥국 비중이 높다면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어떤 파문을 만드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여기서 ABT 혼합 포트폴리오의 장점이 다시 드러납니다. 소비재가 비용 압박으로 다소 힘들어질 때는 진단의 반복 매출이 숨통을 틔워줄 수 있고, 반대로 의료기기 쪽이 병원 변수로 흔들릴 때는 소비재가 “병원 밖의 일상 매출”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리듬의 사업이 함께 있을 때, 회사 전체 리듬이 덜 급해지는 것이지요. 저는 한동안 가족의 식사 관리 때문에 영양 관련 제품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병원 처방이 아니라,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일상 소비’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제품이 많아도, 결국 손이 가는 건 “먹어보니 편하고, 믿을 만하다고 느껴지는 브랜드”였습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말이지요. 소비재의 힘은 이런 데서 나옵니다. 의료의 영역에서 쌓인 신뢰가 일상 소비로 이어질 때, 그리고 유통이 안정적으로 받쳐줄 때, 소비재는 회사에 꾸준한 현금흐름을 남깁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재는 ABT의 방어력을 ‘확정’ 해 주는 카드가 아니라, 방어력을 ‘분산’시켜 주는 카드에 가깝습니다. 의료 시스템 안팎에서 돈이 들어오는 통로가 여러 개일수록, 한쪽이 막혀도 전체가 바로 멈추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경쟁과 비용 변동이 심한 만큼, 브랜드·유통·원가 전가 능력이라는 현실적인 체력을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ABT의 방어력은 진단의 반복 매출, 의료기기의 임상 기반 수요, 소비재의 일상 채널 매출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분산시키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다만 규제·품질 이슈, 병원 운영 변수, 비용·환율 압박은 언제든 균열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사업부별로 무엇이 흔들릴 때 무엇이 받쳐주는가”를 스스로 시나리오로 써보시면, ABT의 방어력이 감(感)이 아니라 구조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