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초 미국 의료시장을 보면, 병원은 마치 거대한 도시 인프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중 HCA Healthcare는 “크면 유리하다”는 말을 가장 직접적으로 증명해 온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다만 규모는 칼날이 두 개인 도구입니다. 병원이 많고 네트워크가 넓으면 시스템이 돌아가는 힘이 생기지만, 동시에 조직이 무거워지고 지역사회·규제·인력 문제도 더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단순히 “HCA는 크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 규모가 비용 구조에 어떤 압력을 주는지, 보험사와의 협상에서는 어떤 카드로 바뀌는지, 그리고 규모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순간은 언제인지까지 차근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읽고 나시면 HCA를 숫자와 뉴스가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규모가 경쟁력이 되는 순간: 연결망이 ‘생활권’이 될 때
규모의 진짜 힘은 “병원이 많다”가 아니라 “연결이 생활권을 만든다”에 있습니다. HCA 같은 대형 체인은 응급실, 수술, 중환자 케어, 외래센터, 전문 클리닉이 실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구조에서는 환자가 어디로 들어오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마치 지하철 노선이 촘촘한 도시는 한 번 갈아타면 웬만한 곳을 다 갈 수 있듯이, 의료도 네트워크가 촘촘할수록 환자 여정이 끊기지 않습니다. 그 결과로 생기는 건 단순한 매출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입니다. 환자 흐름이 예측 가능해지면 병상 운영, 인력 배치, 장비 가동 계획이 더 정교해지고, 그 정교함이 곧 비용과 품질의 흔들림을 줄여줍니다. 또 하나는 표준화입니다. 규모가 커지면 각 병원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어렵고, 반대로 말하면 잘만 설계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진료 프로토콜, 감염관리, 청구·코딩, 환자 안내 체계가 비슷한 리듬으로 돌아가면, 특정 병원에서 성공한 운영 방식이 다른 병원으로 빠르게 복제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과하면 현장이 답답해지고, 지역 특성에 맞춘 유연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모는 ‘복제 속도’와 ‘현장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임이 됩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 남부 지역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하며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수술 전 준비 체크리스트가 벽에 크게 붙어 있었고, 간호사분이 “우리 병원만의 방식이 아니라, 체인 전체가 쓰는 표준이에요”라고 말하시더군요. 그때 느꼈습니다. 이 표준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여러 병원이 쌓아 올린 ‘경험의 압축 파일’ 일 수 있겠다는 것을요.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압축 파일이 늘어나고, 잘 운영되면 그것이 곧 경쟁력으로 굳어집니다.
비용을 다루는 방식: 덩치가 커서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서
병원 비용을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대형 체인이면 무조건 싸게 운영하겠지”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싸게 운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많다”가 더 정확합니다. HCA의 비용 경쟁력은 크게 구매, 인건비, 고정비 운용의 세 갈래에서 나타납니다. 먼저 구매입니다. 병원은 약제, 소모품, 임플란트, 장비 유지보수, 심지어 침대 시트와 청소 용역까지 매일 외부에서 사 옵니다. 대형 체인은 여기서 단가를 낮출 기회를 더 많이 갖습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한 번 계약하면 물량이 크고, 장기 계약이 가능하니 조건을 조정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매력은 단순 할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특정 품목을 표준화하면 재고 관리가 쉬워지고, 오류가 줄어들며, 교육 비용도 줄어듭니다. 다만 의료는 취향과 임상 판단이 개입하는 영역이라, 표준화가 과하면 의사·현장의 반발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통일하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가 비용 구조의 핵심이 됩니다. 다음은 인건비입니다. 2026년에도 병원 운영에서 가장 예민한 전선은 사람입니다. 간호 인력 수급, 초과근무, 임금 경쟁, 번아웃은 숫자보다 감정에서 먼저 흔들립니다. 대형 체인은 교육 체계를 조직적으로 만들고, 내부 이동을 통해 특정 지점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반대로 조직이 크면 의사결정이 늦어져 현장 불만이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용 절감은 “깎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 버틸 수 있게 설계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마지막은 고정비와 가동률입니다. 수술실과 영상장비는 놀릴수록 손해이고, 무리하게 돌리면 품질과 직원 피로가 터집니다. 대형 체인은 데이터와 운영 시스템을 통해 ‘적정 가동률’을 찾으려 합니다. 이 균형이 잡히면 비용이 내려가고, 무너지면 비용은 물론 평판까지 흔들립니다. 제가 콘퍼런스 참석차 한 병원 운영팀과 잠깐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팀장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는 가동률을 올리려고만 하면 결국 직원들이 먼저 지쳐요. 그래서 먼저 스케줄을 단순하게 만들고, 쓸데없는 이동 동선을 줄였어요.” 저는 그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용 절감이 회계표에서만 시작되는 게 아니라, 복도와 스케줄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날 체감했습니다.
보험 협상력의 본질: ‘빠지면 불편한 존재’가 되는 과정
보험 협상력을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그 병원이 네트워크에서 빠졌을 때, 누가 더 곤란한가”입니다. 만약 HCA가 특정 지역에서 응급의료와 입원 치료의 핵심 축이라면, 보험사는 그 빈자리를 메우기 어렵습니다. 가입자들은 갑자기 멀리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고, 응급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보험 상품의 ‘쓸모’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 보험사는 계약 테이블에서 강하게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규모가 곧바로 협상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필수성”으로 전환될 때 협상력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같은 체인이라도 어떤 도시는 대체 병원이 많아 협상력이 약할 수 있고, 어떤 도시는 사실상 대체가 어려워 협상력이 강할 수 있습니다. 즉 HCA의 힘은 전국 평균이 아니라 지역별 지도에서 읽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서비스 구성입니다. 산모·신생아, 외상, 심장, 종양처럼 ‘없으면 곤란한’ 서비스가 두텁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당 시설을 네트워크에서 제외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2026년 흐름에서는 단순히 “얼마를 올려달라”보다 “이 비용이 결과로 이어진다”를 설명하는 능력도 중요해졌습니다. 품질 지표, 재입원 관리, 환자 경험, 진료 표준화 같은 근거가 있으면 협상의 언어가 달라집니다. 가격만 밀어붙이면 반발이 커지지만, 성과와 연결하면 보험사도 내부 설득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지인과 함께 미국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안내 책자를 펼쳐보니 ‘네트워크 내 병원’ 목록이 꽤 중요하게 표시되어 있더군요. 지인이 “여기 없으면 난 이 보험 안 들어”라고 말한 병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 지역에서 응급실로 유명한 대형 병원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보험 협상력은 회의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가입자의 ‘불편함을 참을 수 있는 한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요. 병원이 그 한계의 중심에 설수록, 협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HCA의 규모는 분명 강력합니다. 다만 그 힘은 단순히 병원 수에서 나오지 않고, 네트워크가 생활권이 되는 순간에 생기며, 비용은 구매력과 표준화, 인력 운영, 적정 가동률이라는 ‘구조’에서 갈립니다. 보험 협상력 역시 “우리가 크다”가 아니라 “우리가 빠지면 지역이 불편하다”는 필수성에서 형성됩니다. 그래서 HCA를 바라볼 때는 덩치에 감탄하기보다, 지역별 대체 가능성과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보시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앞으로 관련 주제를 더 깊게 다루고 싶으시다면, 관심 있는 지역(예: 텍사스, 플로리다)이나 비교 대상(비영리 병원, 지역 단독병원)을 정해 확장해 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