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바이오 경기가 살아난다”는 말이 들릴 때, 그 흐름이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TMO) 같은 연구장비·시약 기업의 매출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정리한 글입니다. 누군가는 신약을 ‘금광’이라 부르지만, 금을 캐려면 결국 삽과 곡괭이가 필요합니다. 장비와 시약은 바로 그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평온한 길만 걷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 연구실의 주문서도 얇아지고, 반대로 프로젝트가 다시 움직이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실험실의 일상입니다. 2026년 1월 현재처럼 업황의 온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구간에서는 “결과”보다 “징후”가 중요합니다. 장비의 문의가 늘어나는지, 시약의 재구매가 촘촘해지는지, 그리고 서비스 매출이 어떤 리듬으로 따라오는지를 차분히 보면, 숫자가 나오기 전에 그림이 먼저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연구 생태계의 흐름을 읽는 방법에 대한 관찰 기록입니다.
장비: 연구실이 다시 바빠지는 순간, 먼저 흔들리는 신호
연구개발이 회복되는지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은 의외로 “회의실”이 아니라 “실험대”입니다. 실험실이 바빠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장비 앞에서 시간을 아끼려 합니다. 한 번에 더 많은 샘플을 돌리고, 오류를 줄이고, 기록을 자동화하려고요. 그때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업그레이드’입니다. 장비 매출은 타이밍이 느린 편입니다. 예산 승인, 견적 비교, 납기 조율, 설치 공간 확보까지 거쳐야 하니 당연합니다. 그래서 회복 초입에는 매출 숫자보다도 “검토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납기 단축을 묻거나 설치 일정까지 캘린더에 찍는다면, 이는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돌아간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장비는 경기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습니다. 바이오텍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미루는 것도, 반대로 돈줄이 트일 때 가장 크게 집행하는 것도 장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장비 시장은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분석 장비처럼 연구 단계 전반에 쓰이는 품목도 있고, 품질·규정 준수가 얽힌 장비처럼 ‘필수 인프라’에 가까운 영역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비 쪽 회복을 볼 때는 “어떤 장비가 움직이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연구 초기의 탐색이 살아나는 신호와, 임상·제조로 이어지는 신호는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지인 소개로 한 스타트업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구실 책임자가 저를 붙잡고 하소연하듯 말하더군요. “장비는 있는데, 하루에 돌릴 수 있는 샘플 수가 한계예요. 사람을 더 뽑자니 비용이 부담이고요.” 그런데 몇 달 뒤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장비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장비의 병목을 풀어주는 모듈과 자동화 옵션을 붙이는 일이었습니다. 설치 일정이 잡히자 연구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야근이 줄고, 데이터 품질이 안정되니 다음 실험이 빨라졌다는 이야기였죠.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장비 매출을 볼 때 “판매량”만 보지 않습니다. 문의→견적→설치로 이어지는 흐름이 다시 살아났는지, 그 리듬을 더 유심히 봅니다.
시약: 매일 쓰는 소모품이 말해주는 ‘실험량의 온도’
시약은 연구실의 체온계 같습니다. 장비는 한 번 사면 오래 쓰지만, 시약은 실험이 돌아가는 만큼 꾸준히 사야 합니다. 그래서 바이오 경기가 차가워지면 장비보다 먼저 ‘시약 장바구니’가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예산이 줄면 범용 소모품부터 조금씩 줄이고, 실험 횟수를 줄이거나 샘플 수를 조정합니다. 반대로 회복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늘어나는 것도 시약입니다.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면 실험은 곧바로 시작되니까요. 이때 시약 매출은 단순히 “더 많이 샀다”가 아니라 “더 자주 샀다”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번에 크게 쟁여두기보다는, 실험이 늘어난 만큼 주문 주기가 촘촘해지는 식입니다. 시약은 또 다른 강점이 있습니다.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연구 데이터는 연속성이 생명이라, 검증된 시약을 다른 브랜드로 바꾸면 결과가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 흔들림을 잡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경기 하락기에도 완전히 끊기지 않는 수요가 생깁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재고 조정”이라는 변수가 들어오면 단기 숫자는 왜곡됩니다. 한동안 미리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는 구간에서는 실험은 돌아가도 주문이 줄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약을 볼 때는 단기 매출의 증감보다도, 주문 패턴과 품목 믹스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예전에 연구실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비용 절감’이란 말에 혹해서 저렴한 시약을 한 번 섞어 쓰자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요? 며칠 뒤, 실험 결과가 이상하게 들쑥날쑥해졌습니다. 처음엔 제가 손이 서툴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반복해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더군요. 결국 원래 쓰던 시약으로 돌아갔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샘플을 꽤 날렸습니다. 그때 연구실 선배가 한마디 했습니다. “시약은 가격표만 보고 고르면, 결국 더 비싸게 치르게 된다.” 이 말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시약 매출을 볼 때 저는 ‘절약 모드’로 바꾸기 어려운 품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품목들이 다시 활발히 돌아가고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실험량의 온도는 늘 그런 곳에서 먼저 드러나니까요.
매출: 장비와 시약 사이를 잇는 서비스가 ‘회복의 속도’를 만든다
써모 같은 기업의 매출을 이해할 때, 장비와 시약만 떼어놓고 보면 중요한 한 조각이 빠집니다. 바로 서비스입니다. 설치, 유지보수, 교정, 교육, 소프트웨어, 규정 문서 지원까지—현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연구의 숨은 인프라입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신규 장비 구매가 미뤄져도 “고장 없이 오래 쓰자”는 심리가 커지면서 유지보수 수요가 받쳐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회복기에는 신규 장비 설치가 늘면서 서비스도 같이 따라붙습니다. 즉 서비스는 변동성을 완충하면서도, 회복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가 다시 바빠지면 사람들은 장비를 ‘사두고 천천히’ 쓰지 않습니다. 바로 돌려야 하고, 바로 결과를 내야 하니, 설치와 검증을 빠르게 끝내는 서비스가 더 중요해집니다. 바이오 경기와의 연결고리는 결국 돈의 흐름에 닿아 있습니다. 자금조달이 활발해지면 파이프라인이 늘고, 외주(CRO/CDMO) 활용이 많아지며, 데이터 생성과 관리의 필요도 커집니다. 그러면 장비·시약뿐 아니라 운영 전반을 묶어주는 해결책의 수요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은 늘 직선이 아닙니다. 어떤 분기에는 장비가 먼저, 어떤 분기에는 시약이 먼저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장비-시약-서비스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서로를 끌어주고 있는지 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제가 예전에 한 병원 연구센터 담당자와 커피를 마시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분은 장비 도입을 앞두고도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장비를 사는 것보다, 그 장비를 ‘제대로 쓰게 만드는 과정’이 더 어렵습니다. 교육이 늦어지면 일정이 밀리고, 문서가 틀리면 다시 검증해야 하거든요.” 실제로 그 센터는 장비가 도착했는데도 운영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반면 다음 해에는 설치와 교육, 점검까지 묶어 진행하면서 일정이 크게 안정됐다고 했습니다. 이 경험을 들으면서 저는 ‘매출’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회복 국면에서 진짜 중요한 건 “연구가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고, 그 힘은 장비와 시약 사이의 서비스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연구개발 회복 신호는 거창한 발표보다 실험실의 작은 변화에서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비에서는 문의와 설치 일정이 살아나는지, 시약에서는 주문 주기가 촘촘해지는지, 그리고 서비스가 그 움직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지 살펴보시면 흐름이 한층 또렷해집니다. 써모 같은 ‘삽과 곡괭이’ 기업은 바이오산업의 성공담만 좇기보다, 연구가 실제로 돌아가는 일상의 증거를 모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뉴스의 제목만 보지 마시고, 연구 현장의 리듬이 어떤지 한 번 더 상상해 보세요. 그 상상이 쌓이면, 숫자가 발표되기 전에도 방향을 읽는 감각이 조금씩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