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공공안전 테크 기업 ‘액손 엔터프라이즈(Axon Enterprise, AXON)’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작성했습니다. 단순히 “테이저와 바디캠을 만드는 회사”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액손은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 기록이 조직 내부를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절차로 보존되며, 어디에서 비용과 시간이 새는지까지 깊게 파고듭니다. 그래서 장비를 파는 회사라기보다, ‘증거가 오가는 길’을 정리해 주는 인프라 업체에 가깝습니다. 본문에서는 제품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돈을 버는 구조가 왜 견고해지는지, 마지막으로 시장이 이 회사에 어떤 기준으로 값을 매기는지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투자자는 숫자만 보다가 흔들리기 쉬운데, 결국 중요한 건 “이 서비스가 현장에서 빠져도 되는가”라는 질문이더라고요.
제품군: 현장 장비가 아니라 ‘증거 동선’을 통째로 잡는 방식
액손의 제품을 보면 처음엔 간단해 보입니다. 테이저는 현장에서 위험을 낮추는 장비이고, 바디캠은 기록을 남기는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장비 자체보다 그다음 단계가 훨씬 복잡합니다. 촬영이 끝났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영상이 서버로 올라가야 하고, 사건 번호와 담당자가 붙어야 하며, 접근 권한이 정리되어야 하고, 내부 감사나 외부 제출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현장은 “카메라는 켰는데 찾을 수가 없다” 같은 상황을 맞습니다. 액손이 강한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장비, 업로드 도킹, 관리 소프트웨어, 공유·제출 절차가 한 묶음처럼 굴러가게 만들면서, 기관 내부의 표준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마치 잘 정리된 도서관처럼요. 책(영상)이 쌓이는 속도는 빠른데 분류 규칙이 없으면 도서관은 곧 창고가 됩니다. 액손은 ‘창고가 되지 않게 만드는 규칙’을 같이 파는 셈입니다. 여기서 투자 포인트는 “장비 성능 비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테이저가 얼마나 강한지, 카메라 화질이 얼마나 좋은 지보다, 기록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흐르고 정착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한 번 표준이 생기면, 같은 규칙으로 교육하고 같은 절차로 점검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장비 교체가 아니라 ‘업무 방식 교체’가 됩니다. 이게 은근히 큰 차이입니다. 예전에 제가 공공기관 기술 데모 행사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요. 발표자는 바디캠 화질을 자랑하기보다, “사건 발생 후 10분 안에 영상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공유되는지”를 먼저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화면을 눌러가며 권한 설정, 자동 분류, 외부 기관 공유 링크 생성까지 시연했습니다. 그때 옆자리 담당자가 “이게 되면 우리 팀 야근이 줄겠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제품의 설득력은 스펙표가 아니라, 현장의 한숨을 덜어주는 동선에서 나온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수익구조: 한 번 팔고 끝나는 장사가 아니라, 운영비처럼 ‘매달 남는’ 구조
액손을 기업으로 볼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매출의 성격이 시간에 따라 바뀐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장비 판매가 눈에 띕니다. 테이저와 바디캠은 예산 항목으로 올리기 쉬운 편이고, 도입 효과를 설명하기도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기관이 진짜로 돈을 쓰는 구간은 그다음입니다. 영상이 쌓이기 시작하면 저장, 검색, 권한 관리, 감사 기록, 공유 절차 같은 ‘운영 비용’이 매달 발생합니다. 사람 손으로 처리하면 인건비가 들고, 실수하면 사고가 납니다. 그래서 기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줄여주는 시스템”에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이때 클라우드 기반 관리 플랫폼과 각종 기능 모듈이 중요해집니다. 요약하면, 장비는 시작점이고 소프트웨어·서비스는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축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가 강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상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납니다. 사건이 많아질수록 보관 규정도 복잡해지고, 외부 기관과 공유할 일도 많아집니다. 그러면 “파일을 저장해 두는 기능”만으로는 부족해지고, 현장과 행정이 모두 편해지는 자동화가 필요해집니다. 이런 변화는 고객이 기능을 한 번에 다 사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 단계가 올라가면서 하나씩 붙이는 형태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고객당 매출이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고, 계약이 길어질수록 예측 가능성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번은 “공공기관 IT 예산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아보려고 관련 보고서와 회의록을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게, 신규 장비는 반대가 있어도 “운영 비용 절감”으로 설명되는 항목은 통과가 빠른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영상 자료가 분쟁이나 감사 대응에 직접 연결되는 업무라면 더 그렇습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장비를 샀습니다”보다 “업무 시간을 줄이고 사고를 줄였습니다”가 훨씬 설득력이 크니까요. 액손이 장비와 운영 시스템을 함께 묶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결재 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공공 시장은 예산 집행 시점이 뒤로 밀리거나, 입찰 과정이 길어져 분기 실적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 숫자만 보면 불안해지기 쉬운데, 이럴수록 구독 성격의 매출 비중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능 확장이 실제로 반복되는지 같은 ‘구조 지표’를 확인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밸류에이션: ‘필수 인프라’로 인정받는 순간, 가격표가 달라집니다
밸류에이션 이야기는 늘 어렵습니다. 특히 액손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섞인 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저는 이럴 때 질문을 하나로 줄여서 봅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 선택재인가, 아니면 업무를 돌리기 위한 기반인가?” 기반으로 인식되는 순간, 시장은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관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교육, 규정, 감사 절차를 구축해 버리면, 바꾸는 비용이 장비 값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꾸려면 사용자 재교육, 기존 데이터 이관, 시스템 연동 수정, 내부 규정 재정비까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매출 성장률이 조금 둔화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매출”에 더 높은 평가가 붙곤 합니다. 그렇다고 높은 평가가 항상 정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기대를 앞서가면, 작은 실망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립니다. 과열 신호는 주로 이런 형태로 나타납니다. 첫째, 신규 고객이 늘어도 실제 사용량이 생각보다 안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둘째, 기능 업그레이드가 발표는 화려한데, 실제로는 제한된 기관만 쓰는 경우입니다. 셋째, 비용이 계속 늘어나 영업 효율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결국 “사용이 깊어지는가”와 “돈을 벌수록 체력이 좋아지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예전에 성장주를 공부할 때 “비싸 보이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반대로 “싸 보이는 가격”에 혹해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PER 같은 한두 숫자에만 매달렸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비싼 기업은 대개 ‘계속 쓰게 되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고, 싸 보이던 기업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유’를 안고 있었습니다. 액손을 볼 때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가격표가 높아 보이면, 그 높음이 “업무 기반으로 자리 잡은 정도”에서 나오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은 생각보다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액손은 테이저와 바디캠이라는 눈에 보이는 장비로 시작하지만, 진짜 경쟁력은 증거가 이동하고 보존되는 전 과정을 표준화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래서 수익 구조도 “장비 판매”에서 “운영에 붙는 구독·서비스”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예측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기대가 앞서는 순간 과열되기 쉽습니다. 저는 액손을 볼 때, 신규 도입 숫자만큼이나 실제 사용량의 깊이, 계약의 반복성, 그리고 비용 구조가 개선되는 흐름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좋은 투자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라,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