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현재, 미국 헬스케어 시장을 바라보면 한 가지 흐름이 또렷합니다. “의료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거칠게 던져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그나(The Cigna Group, CI)는 보험과 PBM을 한 몸처럼 엮어 그 질문에 답하려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겉으로는 “통합 서비스로 비용을 낮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들리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보험은 가입자와 고용주라는 ‘문 앞의 열쇠’를 쥐고 있고, PBM은 처방 데이터와 약가 협상이라는 ‘엔진룸’을 관리합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매끈해 보이지만, 그만큼 규제·정책 리스크도 함께 붙어 다닙니다. 특히 PBM의 투명성 논쟁, 리베이트 구조의 변화, 주(州) 단위 규제 확대, 그리고 반독점 관점까지—하나라도 방향이 틀어지면 수익의 모양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시그나의 결합 모델이 실제로 어디서 돈이 생기고, 어디서 새어 나갈 수 있는지”를 보험·PBM·수익이라는 세 갈래로 나눠 점검합니다. 숫자를 외우기보다, 구조를 이해하고 리스크를 미리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보험: ‘가입자 풀’이 흔들릴 때 돈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보험 비즈니스의 본질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매달 일정한 보험료가 들어오고, 그 돈으로 의료비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 소박함이 성립하려면 조건이 붙습니다. 들어오는 돈(보험료)과 나가는 돈(의료비)이 큰 틀에서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험사는 네트워크(어떤 병원을 쓰는지), 이용관리(어떤 치료를 언제 승인하는지), 그리고 계약 갱신(고용주가 다음 해에도 남는지)을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춰 돌립니다. 시그나의 결합 모델에서 보험은 ‘관문’에 가깝습니다. 고용주가 직원 복지로 선택하는 순간, 그 안에 약제 혜택 구조가 같이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PBM 기능이 연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보험은 고객을 데려오는 힘이고, PBM은 비용을 조절하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다만 2026년 환경에서 보험이 마냥 편안하진 않습니다. 의료 인건비와 병원 단가가 올라가면 네트워크 협상이 까다로워지고, 특정 지역에서 공급자가 강해지면 보험사가 원하는 단가를 관철하기 어렵습니다. 또 만성질환·정신건강 수요가 늘면서 이용량 자체가 증가하면 손해율이 뻗어 나가듯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통합 모델의 장점은 “약제비를 잡아 전체 비용 상승을 완충하는 것”인데, 반대로 말하면 약제비 통제가 약해지는 순간 보험 쪽 부담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여기서 점검 포인트는 생각보다 생활형입니다. “고용주가 왜 떠나는가”를 보면 답이 보이거든요. 보험료가 갑자기 튀었는지, 직원들이 네트워크 불만이 큰지, 약제 본인부담이 너무 무거운지—이런 요소들이 계약 갱신율에 직결됩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 동부에 있는 중견 IT기업(직원 600명 규모) HR팀과 통화하며 플랜 변경 사유를 정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담당자가 가장 길게 하소연한 건 “보험료 인상 폭”이 아니라 “직원들이 약국에서 겪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ADHD 약을 받으러 갔는데 사전승인이 걸려 며칠이 밀리고, 당뇨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은 커버 기준이 자꾸 바뀌어 고객센터로 전화가 폭주했다는 이야기였죠. 결국 그 회사는 의료 네트워크보다 ‘약제 경험’ 때문에 통합 제공자 선택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저는 그때 체감했습니다. 보험이 고객을 붙잡는 힘은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직원들의 일상에서 새는 불편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요. 정리하면, 보험 부문 리스크는 손해율만이 아닙니다. “갱신율을 깎아먹는 작은 불편”이 쌓이면 가입자 풀이 흔들리고, 풀의 흔들림은 수익의 흔들림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결합 모델을 해부할 때 보험은 ‘안정적인 받침대’가 아니라 ‘균열이 생기면 전체가 흔들리는 기반’으로 봐야 합니다.
PBM: ‘협상력’이 곧 수익이던 시대에서 ‘설명 가능한 구조’의 시대로
PBM은 약제 혜택을 설계하고, 제약사·약국과 가격을 협상하며, 처방의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런데 PBM을 둘러싼 논쟁은 늘 비슷한 지점에서 불이 붙습니다. “누가 얼마를 가져가고, 왜 그 금액이 정당한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그나 같은 통합 모델에선 PBM이 단순한 외주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비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장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처방집(포뮬러리)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질환에서도 비용이 달라지고, 전문약(스페셜티) 승인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고비용 환자군의 지출 곡선이 바뀝니다. 여기서 PBM 수익은 과거엔 리베이트, 네트워크 차익, 유통·조제 마진 등 여러 층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복잡성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2026년 관점에서 핵심은 ‘구조 전환’입니다. PBM은 점점 “리베이트로 이익을 남기는 방식”보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수료 기반”으로 이동하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정책 당국과 고용주 고객이 원하는 방향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첫째, 리베이트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명확히 공개하라. 둘째, 스프레드나 네트워크 차익이 있다면 근거와 범위를 설명하라. 셋째, 특정 약국이나 자회사로 처방이 과도하게 유도되지 않도록 장치를 두라. 이 변화가 의미하는 건 단순합니다. ‘PBM의 돈벌이 방식’이 바뀌면, 통합 모델의 수익 지도도 다시 그려져야 합니다. 특히 전문약 영역은 성장성이 크지만, 동시에 이해관계가 엉켜 규제의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저는 가족의 만성질환 약을 우편약국으로 전환해 보려다가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이제는 편하게 배송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행해 보니 ‘동일 성분의 대체약 우선’ 규정이 걸렸고, 의사가 추가 서류를 써야 했습니다. 저는 그 주에 점심시간마다 약국·보험·병원 사이를 오가며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 내용이 쌓일수록 한 가지가 선명해지더군요. 비용을 줄이려는 장치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장치가 불투명하면 이용자는 “누가 이득을 보는 거지?”라는 의심부터 품게 됩니다. 그 의심이 커지면 규제는 더 단단해지고, PBM은 더 투명해져야만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PBM 리스크를 점검할 때는 “규제 강화가 수익을 깎는다”에서 멈추면 아쉽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투명성을 높였을 때도 경쟁력이 남는가?” 만약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더 많이 돌려줘야 한다면, PBM은 어떤 서비스(임상 관리, 데이터 분석, 전문약 운영 역량)로 수익을 대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체가 실제로 가능한지까지 봐야 합니다.
수익: 결합 시너지는 ‘한 번에 크게’가 아니라 ‘매달 조금씩’ 쌓입니다
통합 모델의 수익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거대한 시너지 한 방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결합의 힘은 거대한 폭발이 아니라, 매달 반복되는 작은 개선이 누적될 때 나타납니다. 처방의 불필요한 중복을 줄이고, 고비용 환자군을 조금 더 일찍 관리하고, 약제 본인부담 설계를 조금 더 매끈하게 다듬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런 잔잔한 조정이 모이면, 기업 고객은 “올해도 이 플랜이 낫겠다”라고 판단하고, 그 결정이 다음 해 수익을 만듭니다. 시그나의 수익 구조를 결합 관점에서 보면, 크게 세 가지 레버가 있습니다. 첫째, 고객 유지(갱신율)입니다. 보험과 PBM을 함께 제공하면 계약 관리가 단순해지고, 데이터가 한 흐름으로 묶이기 때문에 이탈 비용이 커집니다. 둘째, 비용 예측 가능성입니다. 고용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갑작스러운 폭등’인데, 약제와 의료를 함께 관리하면 폭등 가능성을 낮출 여지가 생깁니다. 셋째, 전문약과 고비용 케이스 관리입니다. 여기서 통합 데이터가 빛을 발합니다. 약제 순응도(약을 제때 먹는지), 진료 패턴, 응급실 방문 같은 신호를 함께 보면 “다음 달에 큰 비용이 터질 가능성”을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레버들이 규제·정책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PBM 투명성 요구가 강해지면, 과거에 수익으로 남기던 항목이 고객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반독점 관점이 강화되면, 통합이 시장 지배력을 키운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 단위 규제가 촘촘해지면, 운영 방식이 지역마다 달라져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익을 점검할 때는 “현재 마진이 몇 퍼센트인가”보다 “마진이 어디에서 발생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마진이 불투명한 차익에 기대면 규제 충격에 취약하고, 반대로 서비스 가치(임상 관리, 데이터 기반 프로그램, 전문약 운영 효율)에서 발생하면 정책 변화 속에서도 버틸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는 예전에 한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고용주 고객의 약제비 리포트를 월별로 뜯어본 적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약제비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특정 자가면역질환 약제의 이용 환자 수가 조금씩 늘고 있었습니다. 숫자는 작아 보였지만, 그 약은 1인당 비용이 엄청났습니다. 저는 그때 “이건 마치 댐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물이 새지 않지만, 몇 달 뒤엔 한 번에 터질 수 있거든요. 통합 모델이 강한 이유는 그 균열을 더 빨리 발견해, 승인 기준과 케어 매니지먼트를 조정하거나 대체 옵션을 검토하는 식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 기능이 약하면 통합의 장점은 간판에 그치고, 수익은 운에 기대게 됩니다. 결국 2026년의 결합 모델은 “규제가 심해져도 남는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수익을 만드는 방식이 설명 가능하고, 고객 경험이 납득 가능하며, 비용 관리가 데이터로 재현 가능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만 통합은 힘을 갖습니다.
시그나의 보험+PBM 결합 모델은 겉보기엔 단순한 통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 접점(보험)–약제 엔진(PBM)–예측 가능한 비용 관리(수익)’가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구조입니다. 2026년에는 PBM의 투명성 압박과 주·연방 규제 변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의 원천이 어디인지 더 날카롭게 구분해야 합니다. 저는 이 모델을 볼 때마다 “좋은 통합은 덩치가 아니라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고, 정책 당국이 납득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불편이 줄어드는 방향이라면 통합은 오래갑니다. 반대로 설명이 어려운 수익이 핵심이라면 리스크는 커집니다. 오늘 이 글을 기준으로, CI를 보실 때는 손해율·갱신율·PBM 수익의 투명도·전문약 관리 역량이라는 네 가지 축을 체크리스트처럼 손에 쥐고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