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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넘어 경험 (플랫폼, 수익, 규제)

by 매너남자 2025. 12. 27.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 이미지

에어비앤비(Airbnb, ABNB)를 “숙소 예약 앱”이라고만 부르면, 요즘 흐름을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회사가 노리는 다음 무대는 숙박을 넘어 ‘여행 경험 전체’를 담는 그릇입니다. 하지만 그 그릇이 커질수록 규제라는 돌부리도 함께 늘어나지요. 오늘은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 호스트로 운영을 고민하는 분, 그리고 ABNB를 투자 관점에서 읽어보려는 분을 위해 쓰였습니다. 플랫폼 전환이 왜 필요한지, 수익 구조는 어디서 더 단단해지는지, 규제 리스크는 어떻게 “숫자와 시나리오”로 정리할지 차분히 풀어보겠습니다.

숙박을 넘어서 ‘여행의 동선’을 잡으려는 이유 (플랫폼)

플랫폼의 욕심은 단순합니다. 사용자의 “한 번의 클릭”을 “한 번의 여행”으로, 더 나아가 “여행을 준비하는 습관”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숙박만으로는 여행의 시작점은 잡을 수 있어도, 여행 도중의 지출과 기억은 다른 서비스로 흘러가 버리기 쉽습니다. 반면 경험(체험)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숙소를 고르는 순간부터 ‘내일 오전엔 무엇을 할지’까지 같은 화면에서 고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검색과 예약, 후기와 재방문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마치 한 도시의 지도를 펼쳐 놓고, 동선을 한 번에 그려주는 느낌입니다. 제가 그걸 체감했던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교토로 여행을 갔을 때였는데, 숙소를 예약하고 나서 체크인 안내를 확인하다가 ‘근처 다도 체험’이 추천으로 뜨더군요. 사실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후기들이 유난히 구체적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에도 실내라 괜찮았다”, “초심자도 부담 없었다” 같은 말들이요. 결국 저는 숙소 결제 흐름을 타고 그대로 체험까지 예약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플랫폼이 원하는 건 ‘숙소 한 건’이 아니라, 제가 여행을 상상하는 과정 자체를 자기 안에 묶어두는 일이구나 하고요. 사용자가 편해질수록 플랫폼은 더 강해지고, 그 강함이 결국 확장(새 카테고리, 새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확장에는 “공급의 품질”이라는 숙제가 따라붙습니다. 숙박은 청결과 안전이 핵심이고, 경험은 거기에 더해 진행자의 역량과 만족도가 전면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경험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말은,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신뢰의 기준을 더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경험이 돈이 되는 방식: ‘빈도’와 ‘묶음’의 힘 (수익)

숙박은 한 번 결제하면 금액이 크지만, 대개 여행당 1회로 끝납니다. 반면 경험은 적게 여러 번 결제될 수 있습니다. 아침엔 산책 투어, 오후엔 쿠킹 클래스, 저녁엔 공연 티켓처럼요. 여기서 수익의 열쇠는 ‘객단가’보다 ‘빈도’입니다. 같은 여행객이 같은 기간에 결제를 두 번, 세 번 하게 되면 플랫폼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매출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결국 경험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팔았나”보다 “숙박 고객이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같이 사게 됐나(교차구매)”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바르셀로나에서 비슷한 패턴을 겪었습니다.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잡아둔 상태였고, 일정이 애매하게 비어 있던 날이 있었어요. ‘아무거나 하자’는 마음으로 앱을 열었더니, 동네 시장을 돌며 타파스를 먹는 소규모 미식 투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격이 아주 비싸지 않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못 갈 가게를 데려가 준다”는 후기가 결정적이었지요. 투어를 예약하고 나니, 같은 화면에서 ‘사진 촬영 워크숍’이 이어서 추천됐습니다. 제 결제는 어느새 두 번이 되었고, 저도 모르게 여행의 빈칸이 채워졌습니다. 이 경험이 수익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플랫폼은 제게 새로운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 밖에서 저를 다시 데려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앱 안에 있었고, 한 번의 여행에서 결제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지표도 달라집니다. 숙박만 볼 때는 예약 건수나 숙박일 수, 평균 숙박료 같은 것들이 앞에 섭니다. 하지만 경험이 붙으면 “숙박 고객 중 경험 구매 비율”, “경험 구매 후 재방문”, “취소·클레임 비율(운영 비용)”이 같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경험은 품질 문제가 곧바로 환불과 지원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 성장 속도만 보고 달리면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경험 확장이 ‘진짜 돈’이 되려면, 상품의 수가 아니라 큐레이션과 추천의 정교함, 그리고 문제 발생 시 대응 비용을 낮추는 운영 능력이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규제는 ‘뉴스’가 아니라 ‘시나리오’로 읽어야 합니다 (규제)

공유숙박 규제는 감정적으로 뜨겁습니다. 관광객이 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대료 상승이나 주민 불편 같은 갈등이 따라오니까요. 그래서 규제는 “어느 날 갑자기”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거·관광·치안·세금이 뒤엉킨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리스크를 제대로 보려면, 규제를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판단하지 말고, 세 가지 질문으로 쪼개서 봐야 합니다. 첫째, 그 도시는 단기임대를 줄이려는가, 아니면 관리하며 인정하려는가(정책 방향). 둘째, 법이 있어도 실제로 얼마나 강하게 잡는가(집행 강도). 셋째, 책임이 호스트 개인에게만 있는가, 플랫폼까지 끌어당기는가(플랫폼 책임). 이 세 가지의 조합이 바뀌면, 같은 “규제 강화”라도 충격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서울에서 지인이 운영하던 숙소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때 규제가 얼마나 ‘현장형’인지 실감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등록 절차가 안내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건물 용도, 소방 요건, 지역별 허용 범위 같은 세부 조건이 걸림돌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오늘은 되는데 내일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었습니다. 지인은 결국 합법 범위 안에서 운영 형태를 바꾸고, 예약 가능 일수와 안내 문구까지 전부 손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출이 잠깐 흔들렸지만, 대신 취소와 민원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규제는 성장의 브레이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을 ‘정리’해서 남는 플레이어를 바꾸는 필터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에어비앤비의 관점에서 중요한 건, 규제가 강해질 때 “공급이 얼마나 줄었는지”와 “운영 비용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분리해서 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활성 리스팅이 감소하면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합법 공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평균 요금이 올라가거나, 분쟁 비용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경험 플랫폼 비중이 커질수록, 주거정책과 직결되는 리스크를 일부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규제 리스크를 읽는 핵심은 ‘공포’가 아니라 ‘숫자와 경로’입니다. 어떤 도시에서 어떤 규제가 어떤 속도로 적용되고, 그 결과 예약·공급·비용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나리오로 정리해 두면, 뉴스 한 줄에 흔들릴 일이 훨씬 줄어듭니다.

 

에어비앤비가 숙박을 넘어 경험으로 가려는 이유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사용자의 여행 습관을 플랫폼 안에 묶어두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수익 측면에서는 ‘큰 결제 한 번’보다 ‘작은 결제 여러 번’, 그리고 숙박과 경험의 묶음이 만들어내는 빈도가 핵심이 됩니다. 다만 공유숙박 규제는 언제든 성장의 모양을 바꿀 수 있으니, 정책 방향·집행 강도·플랫폼 책임이라는 세 축으로 나눠 시나리오로 점검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ABNB를 평가할 때는 성장 서사와 규제 현실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 균형감이 생기면, 변동성 속에서도 판단이 또렷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