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코카콜라’라는 이름을 보고 같은 회사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돈 버는 방식 위에 서 있는 CCEP(코카콜라 유럽퍼시픽 파트너스)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작성했습니다. 코카콜라 본사(원액사)가 브랜드·레시피·마케팅을 중심으로 수익을 만든다면, CCEP는 공장을 돌리고 병을 만들고 트럭을 굴리며 매대를 채우는 “현장형”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도 조금 다릅니다.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지(가격전가), 원가가 얼마나 요동치는지(원가), 그 결과 남는 이익이 얼마나 꾸준한지(마진) 이 세 축이 CCEP의 본질입니다. 같은 콜라라도 누가 돈을 버는 구조인지, 투자자는 어디를 봐야 덜 흔들리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가격전가가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의 차이
CCEP의 가격전가는 “그냥 가격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로 단순화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출고가를 올리는 순간, 유통사가 프로모션을 더 요구하거나 진열 공간을 줄이겠다고 압박하는 장면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병입·유통사의 가격전가는 칼처럼 한 번에 쓱 올리는 게 아니라, 가위질하듯 여러 조각을 조심스럽게 맞춰가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출고가 인상, 할인율 조정, 번들 구성 변화, 패키지 용량 조정,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같은 ‘조합형’ 전략이 동시에 움직입니다. 특히 유럽처럼 소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가격은 올렸는데 체감 가격은 안 올린” 상태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컨대 출고가가 올라도 프로모션이 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싸게 느껴지고, 그 부담은 병입사 마진으로 되돌아옵니다. 가격전가의 질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평균 판매단가가 올랐는지보다, 그 단가 상승이 ‘프로모션을 줄여서’인지 ‘믹스를 개선해서’인지 살펴보는 편이 낫습니다. 제로·저당, 에너지, 소용량 프리미엄 캔 같은 제품은 가격을 높이기 쉬울 뿐 아니라, 유통사가 원할 때가 많아 협상에서도 유리한 카드가 됩니다. 반대로 대용량·저가형 중심이면 조금만 올려도 물량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결국 CCEP의 가격전가는 “브랜드가 강해서”라기보다, 브랜드를 이용해 채널별로 가격 체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운영 능력에서 나옵니다. 대형마트에서 콜라가 유난히 자주 1+1을 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머릿속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출고가를 올렸다고 뉴스가 나와도, 소비자가 계속 1+1으로 사면 누가 그 차이를 떠안는 걸까?” 답은 대체로 프로모션 비용과 리베이트 구조 속에서 갈립니다. 병입사가 일부를 부담하면 마진이 눌리고, 유통사가 부담하면 진열이나 발주에서 다른 형태의 요구가 따라옵니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건 ‘가격을 올렸다는 선언’이 아니라, 분기별로 가격/믹스가 원가를 얼마나 커버했고 물량은 얼마나 버텼는지라는 현실적인 성적표입니다.
원가의 정체는 원액이 아니라 ‘포장과 에너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CCEP를 이해할 때 많은 분들이 원액 비용을 먼저 떠올리시지만, 실제로 병입·유통사의 원가를 흔드는 주범은 포장재와 에너지, 그리고 물류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알루미늄 캔, PET, 유리병 같은 포장재는 단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대량 생산 구조에서 비용 충격이 크게 나타납니다. 여기에 전력·가스 가격이 올라 공장 가동비가 뛰고, 운송비가 오르면 제품 한 박스가 창고를 나가는 순간부터 비용이 덧칠됩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환경 규제와 재활용 의무가 강화되는 흐름까지 고려하면, ‘친환경 전환’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바꾸는 변수로 작동합니다. 재생 원료(rPET) 비율 확대나 경량화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는 설비 투자와 공급망 조정이 필요해 단기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CCEP의 원가 관리는 한두 가지 절감 노하우로 끝나지 않습니다. 첫째는 구매력입니다. 규모가 큰 병입사는 장기 계약과 다년 협상으로 단가를 완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는 헤지와 계약 구조입니다. 원재료와 환율 변동이 큰 시장에서는 완벽한 회피는 어렵더라도, 변동폭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분기 실적의 ‘요동’을 낮출 수 있습니다. 셋째는 운영 개선입니다. 공장 라인의 자동화, 설비 효율 개선, 열·냉각 시스템 최적화 같은 것들은 티가 잘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진을 갉아먹는 누수를 막아 줍니다. 넷째는 SKU 관리입니다. 제품 종류가 너무 많으면 생산 전환 시간이 늘고 불량률이 올라가며, 결국 원가가 서서히 부풀어 오릅니다. “많이 팔릴 것 같아서” 늘린 SKU가 실제로는 비용만 키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음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행사용으로 나눠준 적이 있습니다. 캔과 PET의 체감 차이를 기록해 본 적이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 비슷한 맛인데도 캔은 시원함이 빨리 오고 ‘프리미엄’ 느낌이 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캔이 더 잘 팔리면 믹스에는 좋겠지만, 알루미늄 가격이 뛰면 원가에 타격이 크지 않을까?” 이 지점이 바로 투자 관점에서의 핵심입니다. 판매 믹스 변화가 매출에만 좋은지, 원가 변동성과 맞물려 마진을 흔들지 않는지 같이 봐야 합니다. CCEP는 이런 줄다리기 속에서 원가를 ‘관리’하는 회사이지, 원가를 ‘피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마진을 볼 때는 ‘이익률’보다 ‘지속 가능한 남는 돈’이 중요합니다
CCEP의 마진을 평가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코카콜라 브랜드인데 왜 마진이 그렇게 높지 않지?”라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병입·유통사는 브랜드 회사가 아니라 운영 회사입니다. 공장과 설비, 물류망, 영업 인력, 냉장고·진열 장비 같은 자산이 필요하고, 유지·교체 비용도 꾸준히 발생합니다. 그래서 마진이 원액사처럼 우뚝 서기보다는, 경기와 원가, 채널 상황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흔들리는 편입니다. 대신 이 비즈니스의 매력은 ‘완전히 꺼지지 않는 수요’와 ‘가격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는 여지’에서 나옵니다. 결국 투자자는 높은 마진율 자체보다, 마진이 무너질 때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 그리고 현금이 얼마나 꾸준히 남는지에 시선을 두는 편이 실전적입니다.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영업이익률의 방향보다 ‘이유’를 보셔야 합니다. 원가가 올랐는데도 가격/믹스가 따라오면 방어력이 확인되고, 반대로 단가가 올랐는데 프로모션이 커져 마진이 눌리면 채널 압박이 강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둘째, 운전자본입니다. 병입사는 재고와 매출채권, 프로모션 정산 구조 때문에 현금이 생각보다 빠르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매출이 좋아 보이는데도 현금흐름이 부실하면, 그 분기는 ‘돈이 남는 장사’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CAPEX입니다. 친환경 전환, 라인 증설, 자동화, 설비 교체는 장기 경쟁력을 만들지만, 동시에 잉여현금흐름(FCF)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됩니다. 주주환원(배당·자사주)을 볼 때도 “이번에 얼마나 했나”보다 “앞으로도 유지될 구조인가”를 따지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는 예전에 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이익은 늘었는데 통장 잔고는 왜 줄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인은 대개 운전자본이었습니다. 재고를 많이 쌓거나, 프로모션 정산이 늦어지거나,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되면 회계상 이익은 멀쩡해도 현금은 빠져나갑니다. 이런 경험을 가상으로라도 떠올려보면, CCEP 같은 운영형 기업을 볼 때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만 보지 말고 현금흐름표와 운전자본 항목을 함께 보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 금방 체감하실 겁니다. 마진은 “숫자”지만, 현금은 “체력”입니다. 장기 투자에서는 체력이 결국 승부를 가릅니다.
CCEP를 제대로 보려면, 코카콜라라는 이름에서 잠시 눈을 떼고 공장과 물류, 채널 협상이라는 현실을 바라보셔야 합니다. 가격전가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이고, 원가는 원액보다 포장·에너지·물류에서 크게 출렁일 수 있으며, 마진은 이 둘의 줄다리기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투자 포인트도 자연히 정해집니다. 가격/믹스가 원가를 얼마나 꾸준히 따라잡는지, 프로모션이 마진을 갉아먹지 않는지, 운영 효율 개선과 CAPEX가 현금흐름을 해치지 않는지 말입니다. 이 세 가지가 안정적으로 맞물릴 때 CCEP는 “느리지만 단단한” 종목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분기 실적을 볼 때 매출 성장률만 보지 마시고, 가격·원가·마진의 연결고리를 한 줄로 이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