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6년 1월 16일 기준으로, “자산운용사는 시장이 빠질 때도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은 분들을 위해 쓰였습니다. 블랙록(BlackRock, BLK)은 ETF로 유명하지만, 사실 핵심은 ‘상품의 화려함’보다 ‘현금이 들어오는 경로’에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지지만, 진짜 궁금한 건 반대 방향일 때죠. 하락장에서도 매출이 남는 구조인지, 남는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그리고 투자자가 무엇을 체크해야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한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단순히 “규모가 크니 괜찮다” 같은 말은 일부만 맞습니다. 수수료가 어떤 방식으로 쌓이는지, AUM이 어디서 새고 어디서 버티는지, 레버리지가 어느 순간 약이 되고 어느 순간 독이 되는지까지, 조금 더 생활감 있는 시선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수수료: ‘바람이 불어도 돌아가는’ 작은 발전기
자산운용사의 수수료는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AUM에 일정 비율을 곱한다”는 공식 하나로 끝나는 듯하니까요. 하지만 실제 현금흐름을 결정하는 건 그 공식의 ‘표정’입니다. 같은 수수료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상품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ETF의 관리보수는 대체로 낮지만 넓게 깔립니다. 마치 큰 강에 설치한 소형 수력발전기처럼요. 물살이 조금 약해져도, 완전히 마르지만 않으면 일정한 전기가 나옵니다. 반면 고 보수 상품은 폭포 옆 발전기와 비슷합니다. 물이 쏟아질 땐 수익이 크지만, 물길이 바뀌면 충격도 큽니다. 블랙록의 ETF 제국이 주는 힘은 여기서 나옵니다. ETF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서로 사고파는 구조라서, 거래가 늘었다고 해서 운용사 AUM이 즉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대규모 환매(순 유출)가 나오면 AUM이 줄지만, “거래량 증가 = 운용사 매출 붕괴”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동시에 ETF는 브랜드와 분배 채널이 굳어지면 ‘생활용품’처럼 포지션을 잡기도 합니다. 칫솔을 바꿀 때 고민은 해도, 당장 집에서 칫솔이 사라지진 않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투자자는 시장이 흔들릴 때 오히려 개별주를 줄이고 ETF로 옮기기도 합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불안이 기회로 바뀌는 대목이죠. 제가 예전에 변동성이 커진 장에서 계좌를 정리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개별 종목은 손절도 못 하고 마음만 흔들리더군요. 그래서 저는 “일단 단순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코어 지수 ETF와 단기채 ETF를 같이 담았습니다. 그때 재미있었던 건, 제 마음은 ‘위험 회피’였는데 시장에서는 그 거래가 꽤 활발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단지 구성을 바꿨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같은 운용사의 ETF를 계속 쓰게 되더군요. 바로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운용사는 보수율이 낮더라도 ‘잔존하는 수수료 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수료의 진짜 포인트는 “손익계산서의 숫자”만이 아니라 “현금의 리듬”입니다. 관리보수는 일할로 쌓여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급격히 끊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락장에서 운용사가 버티는 힘은 종종 ‘대박 상품’이 아니라, 조용히 누적되는 이 리듬에서 나옵니다.
AUM: 하락은 피할 수 있어도 ‘순 유출’은 피해야 합니다
AUM은 운용사의 체급을 보여주는 숫자지만, 동시에 가장 오해를 부르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하락하면 AUM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가격이 내려가서 줄었다”와 “돈이 빠져나가서 줄었다”는 결과가 비슷해 보여도, 현금흐름에 남기는 상처는 다릅니다. 가격 하락은 시간이 지나 반등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순 유출은 관계가 끊어지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내려가도 집을 계속 보유하면 언젠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집을 팔아버리면 그다음부터는 회복이 내 이야기가 아니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블랙록 같은 대형 운용사가 하락장에서 “의외로 버티는” 경우는, 자금이 회사 밖으로 나가기보다 회사 안에서 이동할 때입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장기채에서 단기채로, 공격적인 섹터에서 방어적인 섹터로 바뀌는 식이죠. 투자자는 ‘도망’이라고 느끼지만, 운용사 관점에서는 ‘재배치’ 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안전자산 쏠림이 커지면 평균 보수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AUM이라도 수익성이 얇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AUM을 볼 때는 총액만 보지 말고 “어떤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는지”까지 같이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한 번 크게 배운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시장이 급락하던 시기에 저는 ‘현금화’가 정답이라고 믿고 주식형을 많이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좌를 보니, 완전히 현금으로 나간 게 아니라 단기채 ETF와 머니마켓성 상품으로 대거 이동해 있더군요. 그때 느꼈습니다. 저는 리스크를 줄였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회사를 떠난 게 아니라 방 안에서 자리를 옮긴 것”일 수 있겠다고요. 물론 그 결과로 운용사가 받는 보수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완전한 이탈에 비하면 충격이 덜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하락장에서 운용사의 실적을 갈라놓습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하락장에서도 돈을 버나요?”가 아니라 “하락장에 고객이 얼마나 남아 있나요?”입니다. 그리고 남아 있다면 “어느 상품에 남아 있나요?”입니다. 투자자라면 분기마다 순 유입/순 유출 흐름, 상품군별 자금 이동, 그리고 평균 보수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AUM은 단순한 크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저수지’가 됩니다.
레버리지: 빚이 아니라 ‘고정비의 무게’가 승부를 가릅니다
레버리지라고 하면 대개 부채부터 떠올리시지만, 자산운용사에서는 운영 레버리지가 더 날카롭게 작동합니다. 운용사는 규제 대응, 리스크 관리, 시스템, 인력 같은 고정비가 큽니다. 대신 그 인프라가 깔리고 나면 추가 자산을 관리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늘어납니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빠르게 커지고, 비용은 완만히 따라오면서 마진이 좋아집니다. 문제는 하락장입니다. AUM이 줄면 매출이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당장 줄이기 어렵습니다. 이때 운영 레버리지는 칼날을 바꿔 들고, 실적을 압박합니다. 그럼에도 대형사가 가진 장점은 ‘조절 가능한 레버리지’입니다. 규모가 크면 비용 구조를 다듬을 여지가 있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분산되어 있어 한쪽이 흔들려도 다른 쪽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ETF처럼 표준화된 상품은 운영 효율을 높이기에도 유리합니다. 여기에 기관 대상 설루션, 리스크 분석, 플랫폼형 서비스 등이 결합되면 매출의 성격이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을 과장해서 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회사든 하락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드는데 비용이 버티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니까요. 중요한 건 그 버티는 시간을 얼마나 짧게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예전에 저는 고정비의 무서움을 ‘내 생활’에서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기에 수입이 들쭉날쭉했는데, 월세와 통신비 같은 고정비는 매달 똑같이 빠져나가더군요. 한두 달 수입이 줄면 바로 심리가 흔들렸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수입이 변동할 때, 고정비는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걸요. 운용사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블랙록 같은 회사가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려면, (1) 순 유출을 줄여 매출 하락 폭을 완만하게 만들고, (2) 비용의 탄력성을 키워 고정비의 무게를 관리하며, (3) 상품군과 고객군을 넓혀 충격을 분산시키는 흐름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하락장에서도 “돈을 번다”라기보다 “돈이 남는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블랙록의 현금흐름을 이해하는 핵심은 화려한 ETF 라인업 자체가 아니라, 수수료가 반복적으로 쌓이는 방식, AUM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이동하는지, 그리고 운영 레버리지의 무게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에 있습니다. 하락장은 누구에게나 불편하지만, 어떤 비즈니스는 그 불편 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숨을 쉽니다. BLK를 보실 때는 주가의 방향만 바라보기보다, 순 유입/순 유출, 상품 믹스 변화, 평균 보수율 흐름을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불안한 뉴스’에 흔들리기보다, 숫자의 움직임 속에서 더 차분한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