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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전쟁 (CDNS, 툴체인, 우위)

by 매너남자 2025. 12. 24.

반도체 설계가 주력 사업인 회사의 이미지

이 글은 반도체 주식만 보다가 “설계 도구 기업은 왜 따로 주목받을까?” 궁금해진 분들을 위해 작성했습니다. 공정과 장비가 전장이라면, EDA(전자설계자동화)는 지도이자 나침반에 가깝습니다. 그 지도 제작사 가운데 캐드런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CDNS)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산업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CDNS를 ‘좋은 기업’이라는 감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투자자가 실제로 점검할 포인트와 리스크까지 한 묶음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결국 목표는 하나입니다. 독자께서 설계 소프트웨어의 돈 버는 구조를 이해하고, 뉴스에 흔들리지 않는 체크리스트를 갖추도록 돕는 것입니다.

CDNS가 잡고 있는 ‘설계의 흐름’

EDA를 처음 접하면 소프트웨어 한 종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계팀의 일과 시간을 통째로 감싸는 도구 상자에 가깝습니다. 칩을 만들기 전 단계에서 아키텍처를 잡고, 논리를 설계하고, 물리 배치를 하고, 마지막으로 “이대로 양산해도 괜찮다”는 사인을 내리는 과정까지 이어지는데요. 이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느냐가 곧 개발 일정과 비용을 결정합니다. CDNS가 강하다고 말할 때 핵심은 ‘기능이 하나 더 있다’가 아니라, 흐름 전체를 끊기지 않게 만드는 힘입니다. 한 군데만 좋아도 되는 시장이 아니라, 서로 물려 돌아가는 지점이 많을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가는 시장이지요. 여기서 투자자가 눈여겨볼 부분은 시간이 곧 비용이라는 점입니다. 설계가 복잡해질수록 검증은 더 촘촘해지고, 작은 실수 하나가 일정 전체를 다시 돌리는 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EDA는 경기 변동을 타더라도 “완전히 줄이기 어려운 비용”에 가깝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비 오는 날 우산을 아끼려고 우산을 안 사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일정이 촉박할수록 오히려 검증에 돈이 붙는 장면이 생깁니다. 한 번은 CDNS 제품군을 이해하려고 설계 흐름을 따라가며 메모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용어가 너무 많아 길을 잃는 기분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단계에서 결과가 조금만 흔들려도 다음 단계가 전부 다시 계산된다”는 구조를 깨닫고 나니, 왜 고객이 툴을 쉽게 바꾸지 않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EDA를 “좋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설계팀의 일상과 습관을 붙잡는 시스템”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CDNS의 우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툴체인 우위는 해자입니다: 전환비용과 반복매출의 결합

설계 도구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볼 때 가장 자주 놓치는 포인트가 전환비용입니다. 일반적인 B2B 소프트웨어도 전환이 쉽지 않지만, EDA는 ‘성능’이 매출과 직결되는 산업에 붙어 있습니다. 설계팀이 특정 툴에 맞춰 검증 레시피를 쌓아두면, 그 레시피는 단순 문서가 아니라 실패를 줄여주는 보험이 됩니다. 바꾼다는 건 보험을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험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CDNS 같은 기업은 고객 락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에 반복매출 구조가 얹히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EDA는 “한 번 사서 끝”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동안 업데이트와 지원이 필요하고, 다음 세대 공정과 패키징 방식이 바뀌면 새로운 최적화가 따라붙습니다. 즉, 고객의 R&D 로드맵이 길어질수록 EDA의 매출도 함께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 대목에서 매출 숫자 하나만 보지 말고, 장기 계약의 누적 흐름과 향후 인식될 매출의 가시성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단기 실적이 조금 흔들려도 “앞으로 들어올 돈의 줄기”가 유지되는 기업과, 줄기 자체가 가늘어지는 기업은 결국 다르게 평가받습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공통 지표를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매출이 당장 커 보이는 회사보다,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았지만 계약으로 묶여 있는 금액”이 꾸준히 늘어나는 회사가 마음을 더 편하게 해 주더군요. 물론 EDA는 산업 특성상 지표 이름과 공시 방식이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관점은 같습니다. 반복매출이든 장기 계약이든,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구조에서 ‘예측 가능한 성장’이 나오고, 그 예측 가능성이 프리미엄의 근거가 됩니다. CDNS의 툴체인 우위는 기술 우위만이 아니라, 이런 사업 구조의 우위까지 포함합니다.

설계 도구 기업에 투자한다면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CDNS를 포함한 EDA 기업 투자는 “반도체 사이클을 탈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히려 체크리스트를 갖추는 쪽이 실전에서 유용합니다. 첫째, 고객군과 최종 수요처의 분산입니다. 특정 분야(예: 모바일, PC, 데이터센터, 자동차)에 고객이 과도하게 쏠리면, 그 시장이 숨 고를 때 실적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둘째, 기술 변화가 수요를 늘리는 방향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칩랩, 고급 패키징, 전력 밀도 상승, 시스템 수준의 검증 확대는 설계 단계에서 “더 많이, 더 오래” 시뮬레이션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EDA에 호재가 되기 쉽습니다. 셋째는 밸류에이션입니다. EDA 기업은 대체로 좋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서 시장이 프리미엄을 붙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비싸다/싸다”로만 결론을 내리기보다, 프리미엄이 유지될 조건을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예컨대 R&D 투자 비중이 줄어들거나, 고객의 설계 방식이 급격히 바뀌어 기존 툴의 영향력이 약해진다면 프리미엄의 논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넷째는 규제와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정책과 수출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EDA는 전략 기술로 분류될 여지가 있어, 특정 지역에서의 영업 환경이 변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어느 날 실적 뉴스 한 줄을 보고 충동적으로 판단하려다 멈춘 적이 있습니다. “특정 국가 규제로 고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문장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는데요. 그때 제가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지역별 매출 비중, 제품군별 노출 가능성, 그리고 회사가 리스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실적 발표 Q&A의 톤)를 차분히 정리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같은 뉴스도 훨씬 입체적으로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설계 도구 기업 투자는 ‘기술 이야기’로만 끝내면 안 되고, 숫자와 리스크를 함께 붙여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CDNS를 바라보는 핵심은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설계의 길목을 쥔 기업”이라는 관점입니다. 설계가 어려워질수록 검증과 최적화는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툴체인의 가치가 커집니다. 다만 높은 평가를 받는 산업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 규제 리스크, 고객 투자 사이클은 늘 함께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CDNS 투자를 생각하신다면, 단기 주가보다도 계약의 지속성, 기술 변화가 만드는 구조적 수요, 그리고 리스크 공시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최종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