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즈(Regeneron Pharmaceuticals, REGN)를 볼 때 저는 종종 “한 방짜리 히트곡 가수”가 아니라 “매번 새 앨범을 완성해 내는 제작자”를 떠올립니다. 항체 치료제 강자라는 수식어 뒤에는, 타깃을 고르는 방식부터 임상을 설계하는 습관, 그리고 제조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운영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이오주를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리제네론 방식 연구개발 운영체계와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지표가 있습니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판단하는 감각을 갖추는 데 도움을 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랫폼은 ‘아이디어 공장’이 아니라 ‘증거를 모으는 습관’입니다
리제네론의 연구개발을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화려한 기술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타깃을 선정하는 태도”입니다. 바이오 기업의 실패는 대개 출발점에서 결정됩니다. 즉, 무엇을 공격할지(타깃)와 왜 그게 사람에게 통할지(근거)가 흐릿한 채로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플랫폼이 강한 회사는 출발선에서 시간을 씁니다. 사람 데이터(유전적 단서, 환자 샘플, 바이오마커 등)를 최대한 모아 “이 타깃이 질환의 원인과 얼마나 가까운가”를 집요하게 확인하고, 그다음에야 항체 설계와 최적화로 넘어갑니다. 마치 지도 없이 등산하는 대신, 등산로를 미리 답사해 위험 구간을 표시해 두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플랫폼이 단순히 후보물질을 ‘많이’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대로 된 플랫폼은 실패도 자산으로 바꿉니다. 어떤 항체가 기대만큼 못 갔을 때 “그럼 끝”이 아니라, 왜 안 됐는지(표적 결합, 면역 반응, 약동학, 환자군 선택 등)를 기록하고 다음 설계에 반영합니다. 이 누적된 학습이 쌓이면,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도 임상에서 신호를 잡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파이프라인 숫자보다 “근거의 두께”를 봐야 합니다. 타깃 선정의 논리가 문서와 발표에서 일관되는지, 그리고 그 논리가 여러 프로그램에 반복 적용되는지 말입니다. 한 번은 리제네론 관련 자료를 보면서 ‘프로그램 이름’ 대신 ‘타깃 선정 근거’만 따로 표로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밋밋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패턴이 보이더군요. 어떤 후보는 사람 데이터가 앞에 서 있고, 어떤 후보는 동물 데이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화려한 파이프라인”보다 “사람 근거가 앞에 오는 회사”를 우선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의 본질은 결국, 증거를 쌓는 습관입니다.
임상은 ‘큰 한 판’이 아니라 ‘작게 이기며 전진하는 게임’입니다
바이오 기업을 평가할 때 임상은 늘 긴장감을 줍니다. 주가도, 시장의 감정도, 결국 임상 데이터 한 장에 흔들리니까요. 그런데 리제네론을 연구개발 관점에서 보면, 이 회사는 임상을 “결과 발표 이벤트”로만 취급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임상은 연구를 증명하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관리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몇 상까지 갔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확률을 높였는가’입니다. 첫째, 환자군과 평가변수의 선택이 정교해야 합니다. 항체 치료제는 같은 병명이라도 환자 특성이 다르면 반응이 갈립니다. 이때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반응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정의하고, 그 집단에서 명확한 신호를 먼저 확인하는 전략이 자주 쓰입니다. 둘째, 데이터의 해석 방식이 냉정해야 합니다. 유의미한 지표가 무엇인지, 부작용이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는지, 경쟁 약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준인지까지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 포트폴리오 운영입니다. 임상은 성공과 실패가 섞이기 마련인데, 중요한 건 실패가 났을 때 회사가 흔들리느냐, 아니면 다음 카드를 자연스럽게 꺼내느냐입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지표는 조금 실무적입니다. 임상 일정이 자주 미뤄지는지(환자 모집과 사이트 운영 역량), 발표가 “좋아 보이는 수치”만 골라 보여주는 방식인지(엔드포인트와 통계가 투명한지),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논리적 다리가 놓여 있는지(왜 용량을 바꾸는지, 왜 환자군을 조정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날일수록, 문장 하나보다 ‘설계의 구조’를 보셔야 합니다. 제가 일정 관리 앱에 임상 이벤트를 적어뒀습니다. 어떤 바이오 회사는 “긍정적”이라는 표현만 반복하고, 정작 1차 평가변수는 흐릿하게 넘기는 바람에 나중에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그 뒤로 저는 리제네론처럼 자료에서 엔드포인트와 환자군 정의를 비교적 명확히 제시하는 회사에 더 신뢰가 생기더군요. 임상은 ‘큰 한 판’이 아니라, 작은 승리를 쌓아 확률을 키우는 게임입니다.
제조는 뒷마당이 아니라 ‘수익성의 엔진’입니다
항체 치료제 기업을 분석할 때 제조(CMC)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업화 단계로 갈수록 제조는 이야기의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주인공이 됩니다. 같은 약이라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원가를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매출’로 남을지, 아니면 비용으로 새어 나갈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조를 종종 주방에 비유합니다. 레시피(기전)만 훌륭해도, 주방 동선이 엉망이면 손님이 몰리는 날에 음식이 늦게 나오고 품질이 흔들리죠. 바이오도 비슷합니다. 공급이 불안하면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마진이 낮아지면 R&D 재투자 여력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바이오주를 볼 때 꼭 확인해야 할 지표는 “임상 성공 확률”만이 아닙니다. 상업화 체력이 있는지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항목들이 도움이 됩니다. 현금흐름의 질: 영업현금흐름이 꾸준한지, 일회성 요인이 아닌지, 희석 가능성: 현금 보유와 지출 속도를 봤을 때 증자 압박이 낮은지, 마진의 안정성: 매출총이익률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는지(제조 효율·가격 압력 반영), 자본지출의 방향: 설비투자가 매출 성장과 연결되는지, 단순 유지비로 끝나는지, R&D 효율의 흐름: R&D가 늘어날 때 성과(임상 진척, 승인, 신제품 매출)가 같이 따라오는지. 이 지표들은 단독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서로 엮어 해석해야 의미가 커집니다. “마진은 좋은데 현금이 부족하다”거나, “현금은 많은데 R&D 성과가 얇다” 같은 신호가 보이면, 그 이유를 파고드는 순간부터 판단이 날카로워집니다. 제가 두 바이오 회사를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A사는 임상 뉴스가 화려했지만 매번 자금 조달을 반복했고, B사는 뉴스는 조용해도 현금흐름과 마진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성공한 약은 결국 공장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제조와 재무는 지루해 보이지만, 장기 투자에서는 오히려 가장 솔직한 증거가 되어줍니다.
리제네론의 연구개발 전략은 ‘플랫폼으로 근거를 쌓고, 임상으로 확률을 관리하며, 제조와 재무로 성과를 굳히는’ 흐름으로 이해하시면 정리가 쉬워집니다. 바이오주는 이야기만 듣고 따라가면 감정이 먼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체크리스트를 하나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타깃 근거가 사람 데이터에 닿아 있는지, 임상 설계가 투명한지, 그리고 현금흐름과 마진이 장기 R&D를 버틸 체력인지 말입니다. 같은 종목을 보더라도, 질문이 달라지면 결과는 훨씬 단단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