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클라우드 모니터링 SaaS에 관심이 있지만 “결국 이 회사는 구독으로 어떻게 돈을 벌고, 그 성장이 얼마나 오래가며, 그래서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작성했습니다. 데이터독(Datadog, DDOG)은 서버와 컨테이너, 애플리케이션 성능, 로그, 사용자 경험, 보안 이벤트까지 한데 모아 보여주는 관측(옵서버빌리티)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 관점에서는 기능 나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구독 매출이 어떤 형태로 쌓이는가”, “성장률이 둔화되더라도 엔진이 살아있는가”, “그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꿔서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가”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세 가지 축(구독, 성장, 밸류)으로만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읽고 나면 실적 발표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가가 흔들릴 때 어떤 신호를 봐야 하는지 기준이 생기실 겁니다.
구독 매출은 ‘정액’이 아니라 ‘약속+사용’의 혼합입니다
데이터독의 구독은 표면적으로는 정기 결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본 약속(커밋) + 추가 사용(오버리지)” 성격이 섞여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사용량을 미리 잡아두고(계약으로 약속하고), 예상보다 트래픽이 늘거나 모니터링 범위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추가 비용이 붙습니다. 이 구조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고객이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시스템이 커지고, 관측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매출이 ‘따라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다만 반대로, 비용 절감 분위기가 강해져서 로그 보관 기간을 줄이거나 샘플링을 강화하면, 같은 고객이라도 사용량이 줄어 단기 매출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구독인데도 분기마다 온도 차가 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실적을 볼 때는 “이번 분기 매출이 늘었나”보다 “구독의 질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를 먼저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단일 기능만 쓰던 고객이 여러 모듈을 함께 쓰기 시작했는지, 운영팀이 대시보드를 표준으로 굳혀서 툴 교체가 어렵게 되었는지, 특정 제품군(예: 데이터가 많이 쌓이는 영역) 비중이 높아지며 원가 부담이 커지지는 않는지 같은 변화가 구독 매출의 체력을 결정합니다. 결국 구독은 ‘결제 방식’이고, 진짜는 ‘사용 습관’입니다. 사용 습관이 붙으면 매출은 끈적해지고, 습관이 느슨해지면 매출은 예상보다 빨리 얇아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예전에 제가 작은 서비스 팀과 함께 운영 지표를 정리할 때, 처음엔 “서버 상태만 알면 되지” 싶어서 최소 기능만 켰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한 번 크게 나고 나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원인 추적을 위해 APM을 붙이고, 배포 전후 비교를 위해 로그를 더 모으고, 사용자 체감까지 보겠다고 프런트 지표도 추가했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월 구독료’가 아니라 ‘관측 범위’가 비용을 결정하더군요. 서비스가 성장하니 관측도 성장했고, 구독 매출이 커지는 메커니즘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데이터독의 구독 매출을 이해할 때도 이 장면을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고객의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그리고 운영 문화가 성숙해질수록 매출이 자연스럽게 두꺼워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성장성은 ‘속도’보다 ‘되돌아오는 힘’을 봐야 합니다
SaaS의 성장성을 말할 때 우리는 종종 매출 성장률 숫자 하나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성장률은 바람의 세기처럼 순간적으로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바람이 잠잠해졌을 때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 즉 성장의 “되돌아오는 힘”입니다. 데이터독 같은 관측 플랫폼에서는 그 힘이 주로 세 곳에서 나옵니다. 첫째, 기존 고객이 더 넓게 쓰는지(제품 확장). 둘째, 기존 고객이 더 깊게 쓰는지(사용량 확장). 셋째, 신규 고객이 꾸준히 들어오는지(로고 증가)입니다. 이 셋이 균형을 이루면 외부 환경이 나빠도 성장 곡선이 완전히 꺾이기 어렵습니다. 성장 내구성을 볼 때 저는 ‘고객의 마음속 우선순위’를 상상해 보시라고 권합니다. 비용을 줄여야 하는 시기가 오면 기업은 모든 구독을 똑같이 자르지 않습니다. 당장 매출을 만들지 못하는 툴, 대체가 쉬운 툴, 쓰는 사람이 적은 툴부터 건드립니다. 반대로 장애 대응, 성능 이슈, 보안 경보처럼 “없으면 바로 문제가 나는 영역”은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관측 플랫폼은 이 마지막 그룹에 들어가기 쉬운 편이지만, 동시에 데이터량이 많아지면 비용이 늘어나는 특성 때문에 최적화 압박도 같이 받습니다. 성장의 키는 결국 “필수성은 유지하면서도 비용 대비 가치를 계속 증명할 수 있느냐”로 모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적 발표 자료를 읽을 때 유용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단순히 고객 수를 보지 말고, 큰 규모로 쓰는 고객군이 늘고 있는지, 제품을 여러 개 묶어 쓰는 고객 비중이 올라가는지, 그리고 계약 잔량이나 향후 매출을 암시하는 지표가 둔화되고 있는지 함께 보시는 겁니다. 성장률은 결과이고, 이런 지표들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과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과는 한두 분기 뒤에 따라옵니다. 반대로 과정이 안정적이면, 당장 성장률이 낮아 보여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비슷한 판단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SaaS를 평가할 때 “성장률이 떨어졌으니 끝났다”라고 단정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나중에 데이터를 뜯어보니 신규 고객 유입이 잠시 둔화된 것뿐, 기존 고객이 쓰는 범위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애 대응팀이 툴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내부 확산이 진행되고 있었죠. 그걸 늦게 알아차리고 나니, 성장률 숫자만 보고 결론 내린 게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데이터독을 볼 때도 같은 실수를 피하셔야 합니다. 성장률이 아니라 “확장 습관이 여전히 살아있는가”를 먼저 확인하시면, 성장의 체력에 대한 감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밸류에이션은 ‘구독의 미래’를 할인해서 현재로 가져오는 일입니다
밸류에이션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앞으로 벌 돈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따라, 오늘의 가격이 달라진다.” 데이터독처럼 구독 기반 회사는 미래 매출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이유로 종종 높은 배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배수는 신념이 아니라 조건부 결과입니다. 성장률이 높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고객이 오래 남아주고, 추가 사용이 계속 붙는다면 높은 배수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반대로 성장 엔진이 느슨해지거나, 사용량이 줄어들거나, 비용 구조가 나빠지면 배수는 빠르게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밸류를 볼 때는 “매출 대비 기업가치(예: EV/Sales)” 같은 겉 숫자보다, 그 숫자를 떠받치는 논리를 직접 세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방식은 ‘작은 모델’입니다. 거창한 엑셀 모델이 아니라, 세 가지 질문만 숫자로 답해도 충분합니다. 첫째, 2~3년 동안 매출이 어느 정도 속도로 커질 수 있는가(성장 시나리오). 둘째, 규모가 커지면서 이익 또는 현금흐름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가(마진 레버리지). 셋째, 그 과정에서 주주가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얼마나 되는가(희석과 주식보상비용까지 고려). 이 세 가지를 보수/기준/낙관으로 나누면, “지금 주가가 비싸다/싸다”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독 같은 회사에서는 ‘매출의 구성’도 밸류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많이 쌓이는 영역의 비중이 커지면 매출은 늘어도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효율적인 제품 조합이 늘어나면 같은 성장률에서도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즉, 밸류는 성장률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성장의 “재료”로 결정됩니다. 이 재료를 읽는 눈이 생기면, 시장이 어떤 뉴스에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또 어떤 지표 변화에는 늦게 반응하는지도 체감하게 됩니다. 저는 예전에 밸류를 ‘배수 비교’로만 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SaaS 평균 배수와 비교해서 “여긴 비싸네” 정도로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실제로는 한 회사는 기존 고객 확장이 아주 강했고, 다른 회사는 신규 고객 유치에 비용을 더 쓰는 구조였습니다. 겉 배수는 비슷해도 미래 현금흐름의 질이 달랐던 겁니다. 그때부터는 배수보다 먼저 “이 회사의 매출은 어떤 성격인가”를 보게 됐고, 판단이 훨씬 안정됐습니다. 데이터독의 밸류에이션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구독의 미래가 단단하면 배수는 따라오고, 구독의 미래가 흔들리면 배수는 먼저 무너집니다.
데이터독을 구독, 성장, 밸류로 나눠 보면 구조가 단순해집니다. 구독은 정액이 아니라 약속과 사용이 섞인 형태라, 고객의 운영 문화와 데이터 사용량이 매출을 움직입니다. 성장성은 매출 성장률보다 확장 습관과 신규 유입의 균형이 핵심이며, 밸류에이션은 그 미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재의 가격표입니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분기 숫자”보다 “구독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지, 성장 엔진이 다시 가속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수익성 레버리지가 열리고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더 실용적입니다. 이 기준으로 자료를 읽기 시작하면, 흔들리는 장에서도 판단이 한결 차분해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