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6년 1월 기준으로 다나허(Danaher, DHR)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다나허를 설명할 때 흔히 “DBS와 M&A”라고 말하지만, 그 두 단어만으로는 맛이 잘 전해지지 않습니다. 저는 다나허의 강점을 ‘한 번 잘해서 끝나는 능력’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을 쌓아 올려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습관에서 찾습니다. 마치 눈에 띄지 않는 이자율이 시간이 지나 복리의 형태로 커지듯, 운영개선(DBS)은 내부의 기본 체력을 키우고, 인수합병(M&A)은 그 체력을 바깥으로 확장시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운영개선이 어떻게 복리로 작동하는지”, “인수합병이 왜 성장의 레버가 되는지”, “그 결과 어떤 장기 성장 구조가 만들어지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DBS(운영개선)의 복리: ‘잘하는 방식’이 표준이 될 때
DBS는 흔히 생산 현장에서 쓰는 개선 기법 정도로 오해받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DBS의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리듬’입니다. 기업이 바빠질수록 회의는 늘고, 보고서는 두꺼워지는데, 이상하게 성과는 제자리인 경우가 있지요. 그럴 때 진짜 문제는 사람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중요한 일이 자연스럽게 실행되도록 만드는 반복 구조가 없어서일 때가 많습니다. DBS는 바로 그 반복 구조를 촘촘히 설계합니다.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지, 어떤 지표를 매일 확인할지, 개선 과제를 누가 소유하고 언제까지 끝낼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까지요. 이렇게 되면 조직의 성과가 ‘몇 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의 품질에 의해 꾸준히 밀려 올라갑니다. 운영개선의 복리가 무서운 이유는, 개선이 눈에 띄는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납기 지연을 줄이기 위해 재고를 무작정 늘리는 대신, 공정 흐름을 재정렬하고 병목을 드러내면 당장은 귀찮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병목을 찾는 눈”이 생기고, 다음번에는 더 빠르게 개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 번 개선한 공정은 그다음 분기, 그다음 해에도 기본값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기본값이 올라가면, 같은 노력으로 더 큰 결과를 얻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복리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런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느냐”입니다. 제가 예전에 제조업 쪽 프로젝트를 도우러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그 회사는 매주 ‘개선 회의’를 했지만, 회의가 끝나면 다들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현장을 돌며 작업자분과 함께 불량 원인을 하나씩 체크해 보니, 문제는 ‘회의의 빈도’가 아니라 ‘결정의 흔적’이 남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단순하게, 작업대 옆에 작은 보드 하나를 두고 “오늘 확인할 지표 3개, 오늘 끝낼 개선 1개”만 적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시큰둥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불량이 줄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팀장님이 “이제는 회의에서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거창한 도구가 아니라, 실행이 남는 방식이 복리를 만든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습니다. DBS도 결국 그런 방향으로 작동하는 체계라고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M&A(인수합병): ‘사는 기술’보다 ‘살린 뒤 키우는 기술’
인수합병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먼저 가격을 떠올립니다. “얼마에 샀느냐, 비싸게 산 거 아니냐” 같은 질문이요. 물론 가격은 중요합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성패를 가르는 건, 계약서보다 인수 이후의 생활 습관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인수는 결혼식이고, 통합은 결혼 생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수를 했는데 조직 문화가 부딪히고, 시스템이 섞이지 않고, 핵심 인력이 떠나버리면 그 순간부터 숫자는 말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다나허식 M&A에서 주목할 부분은 “딜을 잘한다”가 아니라 “붙이고 나서 더 좋아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는 다나허의 강점은, 통합을 ‘감각’이 아니라 ‘절차’로 다룬다는 데 있습니다. 통합 과정에서 먼저 안정시켜야 할 것과, 시간을 두고 키워야 할 것을 구분합니다. 예를 들면 고객 대응, 품질, 납기처럼 신뢰와 직결되는 요소는 초기에 흔들리지 않게 잡고, 그다음에 영업 채널, 제품 포트폴리오, R&D 협업 같은 성장 시너지를 차근차근 연결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세워두면, “통합하느라 바빠서 본업이 무너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DBS가 공통 언어처럼 작동하면, 서로 다른 회사가 같은 기준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같은 방식으로 개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제가 다니던 회사가 작은 기업을 인수한 뒤 통합하는 과정을 지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큰 갈등은 “우린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말이었습니다. 영업팀은 영업팀, 생산팀은 생산팀, 회계팀은 회계팀으로 자기 방식이 있었습니다. 회의가 길어질수록 서로의 방식이 틀렸다고 주장했고, 분위기는 점점 날카로워졌지요. 그래서 저는 회의 주제를 바꿨습니다. “누가 맞냐” 대신 “고객이 불편해하는 지점이 어디냐”로요. 그리고 고객 불만 사례를 한 장짜리로 정리해 놓고, 납기·품질·응대 속도를 숫자로만 보자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날 이후 말싸움이 줄었습니다. 기준이 바뀌면 대화가 바뀌고, 대화가 바뀌면 통합이 시작됩니다. 다나허의 M&A도 결국 이런 류의 접근을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데서 힘이 나온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단순히 회사를 ‘더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산 회사가 다음 해에는 더 단단해지고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 거기에 장기 성장의 엔진이 있습니다.
장기성장 구조: 운영·포트폴리오·자본배분이 맞물리는 플라이휠
다나허의 장기 성장 구조를 떠올리면 저는 ‘플라이휠(돌림힘)’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처음엔 무겁고 잘 안 돌아가지만,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관성으로 더 쉽게 돌아가는 그 바퀴 말입니다. 바퀴를 돌리는 첫 힘이 DBS라면, 그 힘으로 만들어진 현금흐름과 실행력이 M&A를 가능하게 하고, M&A로 넓어진 사업 기반이 다시 DBS의 적용 범위를 키우며 더 큰 규모의 개선을 낳습니다. 여기에 포트폴리오 조정과 자본배분이 더해지면, 성장의 방향이 단순히 “큰 회사가 더 큰 회사를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질 좋은 성장이 재생산되는 구조”로 변합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다나허처럼 과학·진단·연구 관련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한 번 팔고 끝’인 비즈니스보다, 장비 이후의 소모품·서비스·유지보수처럼 반복되는 매출이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수익이 늘어나면 분기 변동성이 낮아지고, 경기가 흔들려도 투자와 채용, 연구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그 안정성이야말로 장기 성장의 숨은 기반입니다. 그리고 자본배분은 이 모든 것을 묶는 매듭입니다. 내부에 투자할지, 외부 인수를 할지, 혹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집중도를 높일지 같은 선택이 매년 쌓이면, 기업의 ‘체질’ 자체가 달라집니다. 저도 비슷한 원리를 아주 작은 규모에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개인적으로 작은 온라인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 초반에는 매출이 들쭉날쭉했습니다. 그때 저는 “새로운 고객을 더 많이 데려오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핵심은 신규 유입보다 ‘반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콘텐츠를 한 번 만들고 끝내는 대신, 기존 글을 업데이트하고, 독자가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해 자료로 만들고, 문의 응대 시간을 줄이는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진 않았지만, 변동성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변동성이 줄어드니 계획이 생겼고, 계획이 생기니 투자(시간과 비용)를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경험이었지만, “안정성이 곧 성장의 연료”라는 감각을 그때 얻었습니다. 기업 규모가 다를 뿐, 다나허가 반복수익과 운영 시스템을 중시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다나허의 장기 성장 구조는 한쪽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운영개선이 있어도 자본배분이 흔들리면 성장의 효율이 떨어지고, 인수를 잘해도 통합이 부실하면 복리는 끊깁니다. 반대로 세 요소가 맞물리면, 시간은 다나허 편이 됩니다. 투자자나 관찰자 입장에서는 단기 이벤트보다 “운영 지표의 꾸준함, 인수 후 통합의 속도, 자본배분의 규율” 같은 반복 신호를 보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다나허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좋은 사업을 가진 회사’라기보다 ‘좋아지게 만드는 능력을 시스템으로 굳힌 회사’에 가깝습니다.
DBS는 현장을 매일 조금씩 더 낫게 만드는 방식이고, M&A는 그 방식을 더 넓은 무대로 확장하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자본배분 규율이 장기 성장의 방향을 잡아줍니다. 그래서 DHR을 이해하려면 화려한 구호보다, 반복되는 습관을 봐야 합니다. 운영개선이 꾸준히 이어지는지, 인수한 사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지,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지 말입니다. 이런 질문을 품고 바라보시면, 다나허의 성장 포인트가 숫자 너머에서 더 또렷하게 보이실 겁니다.